[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천문학적 투자가 무한정 이어질 수는 없는 만큼 머지않아 효율을 기준으로 한 ‘AI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인식은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xAI CEO는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전력 제약 탓에 켤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칩이 생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픈AI 역시 지난해 10월 백악관에 “전자(electrons)가 새로운 석유”라며 ‘AI 전력 격차’를 우려하는 서한을 보냈다.
말뿐이 아니다.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MS)·xAI·오라클·오픈AI 등 주요 AI 기업들은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해 원자력·가스·태양광 발전 설비를 직접 짓거나 사들이고 있다. 구글은 재생에너지 개발사를 통째로 인수했고 MS는 가동을 멈췄던 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력발전소를 되살렸다. 중국도 지난달 사막 지대인 닝샤에 태양광·풍력 발전을 데이터센터에 직접 연결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AI 패권 경쟁이 사실상 전력 확보 경쟁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메모리의 위상도 바꿔놓고 있다. 과거 단순히 데이터를 담아두던 저장장치가 이제는 AI 시스템의 전력 소모와 병목을 푸는 핵심 열쇠로 격상하고 있어서다. 같은 연산을 더 적은 전력으로 처리해야 빅테크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선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양산한 6세대 HBM4는 전력 효율을 이전 세대 대비 40% 이상 끌어올렸다.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넣어 데이터 이동을 줄이는 지능형 메모리(PIM)도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자사 PIM 제품이 기존 대비 에너지 소모를 80%가량, 삼성전자는 7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효율화 무게는 갈수록 더해질 전망이다. 머지않아 엔비디아를 필두로 노트북·스마트폰에서 직접 AI를 돌리는 ‘AI PC’ 시대가 열리면 그동안 데이터센터가 떠안던 전력 부담이 개인에게까지 분산된다. 한정된 배터리로 AI를 구동해야 하는 만큼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메모리 효율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 냉각기업 리퀴드스택의 케빈 루프 디렉터는 “이제 핵심은 에너지를 덜 쓰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