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수퍼마켓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AFP)
이 같은 임금 상승세는 지난해 춘투(봄철 임금협상)에서 정해진 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이 뒤늦게 급여에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올해 협상에서 정해진 인상분도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전날 공개한 올해 춘투 6차 집계를 보면, 기본급 자체를 올리는 ‘베이스업’과 매년 정해진 폭만큼 오르는 정기 승급을 합한 임금 인상률은 평균 5.02%를 기록했다. 노사가 목표로 내건 5%를 넘긴 수준이다.
잔업수당까지 포함한 1인당 명목임금(현금급여총액)은 3.5% 늘어난 31만 2425엔(약 300만원)이었다. 여기서 물가 상승분을 빼고 실제 구매력을 따진 실질임금은 1.9% 늘어, 역시 넉 달째 증가했다.
실질임금이 넉 달 연속 플러스를 지킨 데에는 일본 정부가 물가를 눌러온 영향이 컸다는 진단이다. 실질임금을 계산할 때 쓰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자가주택 임대료 환산분 제외)는 1.5% 오르는 데 그쳤다.
정부가 휘발유 등에 보조금을 풀어 에너지 가격을 끌어내린 덕분에, 물가 상승률은 넉 달 연속 2%를 밑돌았다. 실제로 4월 전기요금은 2.6%, 도시가스요금은 5.1%, 휘발유값은 9.7% 각각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오는 7~9월 전기·가스요금 보조도 이미 결정해 둔 상태다.
문제는 에너지를 뺀 나머지 물가는 오히려 오를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기업끼리 사고파는 물건값을 나타내는 기업물가지수는 지난 4월 1년 전보다 4.9% 뛰었다. 원유값 급등으로 화학제품 등의 가격이 오른 탓이다.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옮겨붙을 수 있다.
신용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다음 달 가격 인상이 예정된 식음료품은 2269개 품목으로, 이달(1078개)의 두 배가 넘는다. 제빵업체 야마자키제빵도 다음 달 1일 출하분부터 식빵·과자빵 등의 가격을 평균 5.6% 올리기로 했다.
결국 임금 상승세가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질임금 증가가 상당 부분 정부 보조금에 기댄 결과라는 점이 변수다. 보조금이 끊기거나 에너지 외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실질임금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다이이치라이프 자산운용경제연구소의 신케 요시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사태로 당장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중소기업의 겨울 보너스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이 뒷걸음치면, 모처럼 살아난 실질임금이 또다시 마이너스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