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속 평양 찾는 시진핑…中 영향력 재확인 나서(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05일, 오후 03:22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2019년 6월 이후 약 7년 만의 방북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경제 협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방문에서 시 주석은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5일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오는 8~9일 평양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이로써 시 주석과 김 위원장 간 만남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9개월 만에 재성사됐다.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서방에 맞서는 동맹국 간 단결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을 두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재확인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2024년 러시아와 냉전 시절의 상호방위조약을 부활시킨 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병력과 탄약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석유와 식량, 군사기술 등을 지원받아 왔다.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과거에 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는 평가다. 이는 북한의 돌발 행동을 통제하고 접경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중국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이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 존 델러리는 NYT에 “중국은 북·러 관계가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지 분명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이를 일정 부분 견제하고 시진핑이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해 중국으로부터 추가적인 경제적 지원과 양보를 이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최근 관광산업과 인프라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데 더해 중국의 정치·경제적 후원 강화를 이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요청할지도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과 베이징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평양 방문 기간 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압박할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은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재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측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설명했다.

중국은 원래 미국과 함께 북한 비핵화를 지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24년 러시아가 북한과 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사실상 북한 핵 프로그램을 묵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의 입장이 변화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북한 핵 문제 관리를 도와주는 것이 중국 입장에서 지정학적 이익이 크지 않은 데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고 오히려 양국 관계만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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