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이날 뉴욕 거래에서 한때 6% 급락한 5만977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000달러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형성됐던 가격대 아래로 내려왔다.
최근 하락세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 고조, 주요 매수 주체에 대한 우려가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비트코인 대량 매입 전략으로 강세장을 이끌었던 스트래티지(Strategy)가 시장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스트래티지는 이번 주 비트코인을 일부 매도했다고 공개했다. 비트코인을 꾸준히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던 회사가 매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하는 이른바 ‘디지털 자산 재무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 환경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0여년간 암호화폐는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투자처로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새로운 성장 테마로 부상하면서 투자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회사 베어드의 시장 전략가 마이클 안토넬리는 “오랫동안 암호화폐는 실리콘밸리와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선호했던 투자 대상이었다”며 “하지만 이제 AI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종목들이 뉴욕증시 상승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단기 옵션, 예측시장,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투기성 자산으로 분산되고 있다.
비트코인 외 주요 가상자산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더리움은 이날 한때 12.8% 떨어지며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고 XRP와 솔라나, 도지코인도 각각 5% 이상 하락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가상자산 업계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상당한 제도적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업계는 친가상자산 성향의 대통령과 우호적인 규제 환경, 기관투자가 참여 확대, 디지털 자산 제도권 편입 등 오랜 숙원을 상당 부분 이뤘다. 그러나 정작 가격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큰 폭의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여기에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과 인플레이션 우려 재확산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은 비트코인보다 금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 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 비투닉스의 애널리스트 딘 첸은 “시장이 고금리 장기화를 예상할수록 투자자들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자산의 비중을 줄이게 된다”며 “비트코인은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 매우 민감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