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멕시코와 무역협상서 자동차 중국산 부품 퇴출 추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06일, 오전 04:3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이 멕시코와 진행 중인 북미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공급망에서 중국산 부품을 사실상 배제하기 위한 강도 높은 원산지 규정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완성차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동차 부품을 북미 지역에서 조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전자부품과 첨단 부품의 역내 생산 비중을 대폭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하면서도 USMC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누리는 구조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자동차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협상은 USMCA 체결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재검토 작업의 일환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는 오는 7월 1일까지 협정을 향후 16년간 연장할지, 아니면 매년 재검토 체제로 전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FT는 협상 관계자들은 시한 내 합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지난달 멕시코시티에서 협상을 진행했으며 여름 내내 추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반면 캐나다와의 공식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재계 관계자는 FT에 “협상이 7월 1일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중간 합의(interim deal)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시한 요구안은 북미 자동차 산업 구조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차량 가치의 75% 이상을 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USMCA 규정을 80%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또 미국은 차량 한 대에 포함되는 미국산 부품 비중도 대폭 높여 최대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북미 자동차 산업의 생산 구조를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요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이와 함께 현재보다 더 많은 부품을 ‘핵심(Core) 부품’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제안했다. 핵심 부품으로 지정되면 사실상 대부분을 북미에서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산 부품 사용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USMCA 협상 당시에도 비슷한 요구를 제기했지만 최종 협정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무역 규정 개정을 넘어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분리(decoupling)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멕시코는 최근 수년간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혀 왔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거나 멕시코를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하면서 멕시코는 2023년 미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와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멕시코가 중국의 ‘뒷문(back door)’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 시장에 우회 진출하며 사실상 미국의 대중국 무역 규제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멕시코 정부도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중국산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를 도입해 중국 기업의 진출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현지 생산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를 안보 문제와도 연계하고 있다. 그는 멕시코 정부에 마약 카르텔 단속 강화와 불법 이민 차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미국 군대의 멕시코 내 직접 활동 허용 문제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며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미국이 집권 여당 소속 정치인들을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북미 경제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긴밀하게 통합돼 왔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미국·멕시코·캐나다를 오가며 부품을 생산·조립하는 대표적인 공급망 산업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엔진과 변속기, 전장부품 등이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드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공급망이 깊게 연결돼 있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이러한 체제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NAFTA를 USMCA로 개정하면서 노동 기준과 역내 생산 요건을 강화했으며, 최근에는 USMCA 자체를 종료할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상이 향후 북미 자동차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재편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대부분의 통상 전문가들이 과거와 같은 완전한 자유무역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으며,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형태의 북미 무역 질서가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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