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써서 아낀 시간 일하는 데 썼으면 2년 반 동안 성장률 1%p 상승"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07일, 오전 12:01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업무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근로자들의 효율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만약 AI로 아낀 시간을 모두 생산적인 업무에 재투입했다면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가량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사진= 픽사베이)
◇ AI로 주당 1.5시간 아꼈지만…생산성 효과는 ‘단절’

7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발표한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4분기부터 2025년 2분기까지 생성형 AI를 통해 절감한 시간이 그대로 생산성 증가로 이어졌을 경우 약 2년 반 동안 GDP 성장률이 3.9%에서 4.9%로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근로자의 절반 이상(51.8%)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인터넷 확산 속도보다 약 8배나 빠른 수치다. 실질적인 업무 효율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근로자들은 평균적으로 업무 시간을 3.8% 단축했으며, 이를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주 약 1.5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이론적인 기대와 달리 실제 지표에서는 생산성 개선이 관찰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개별 근로자의 업무 시간 절감과 실제 업무 처리량 증가 사이의 상관계수는 0으로 나타났다. AI로 일 처리는 빨라졌지만, 남는 시간만큼 일을 더 하거나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생산성 단절’ 현상이 발생했다.

한은 연구팀은 업무시간 절감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는 △AI 활용이 전체 업무가 아닌 특정 작업에만 국한되어 있고 △기존의 경직된 업무 흐름이 유지되고 있으며 △의사결정 및 승인 절차 등 생산 과정 내 병목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은 AI로 빨라졌더라도 상사의 승인을 기다리는 시간 등은 그대로여서 전체 산출량은 늘지 않는 구조다.

주: 1) 붉은 선은 90% 신뢰구간을 나타내며, *, **, ***는 각각 10%, 5%, 1% 유의수준에서 통계 적으로 유의함을 의미 2) 기준 특성은 여성, 임금근로자, 50~64세(연령대), 고졸(학력), 사무(직종), 제조업(산업). 계수는 기준 특성 대비 각 특성이 종속변수에 미치는 추가적인 효과를 의미 3) 거주지역, 소득, 자산, 근로시간을 통제하였음(자료= 한국은행)
◇ 자영업자·전문직은 성과 나타나…조직 구조 재설계 절실

AI를 활용한 업무시간 단축 효과가 일부 직군이나 연령층에서는 나타난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자영업자, 전문직, 청년층(15~39세), 그리고 AI 고강도 사용자 그룹에서는 시간 절감이 실제 업무량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성과가 소득과 직결되거나 업무 자율성이 높은 환경일수록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 유인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현재의 상황은 새로운 기술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J-커브’ 또는 ‘솔로우 역설’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자연스로운 현상이기도 하고, 기술 도입만으로는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뒷받침할 보상 구조 개편과 조직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절약한 시간을 고부가가치 활동에 쓰도록 하기 위해선 경직된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근로자가 생산성을 높일만한 유인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팀장은 또 표준화된 업무는 AI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하고, 인간은 판단력과 창의성이 필요한 ‘열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열린 업무란 결과물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고 수행자의 판단과 창의성이 중요한 업무로, 신규 사업, 전략, 연구개발 등을 뜻한다. 특히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경우, 열린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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