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값 10년 만에 최고" 경고 나왔다…무슨 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08일, 오후 02:59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석유화학 단지 가동이 멈추면서, 스마트폰에서 인공지능(AI) 서버까지 모든 전자기기의 필수 소재인 레진(수지)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망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 가을 전자기기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3월 16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 둥관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핀셋을 이용해 인쇄회로기판(PCB) 위의 마이크로칩과 전자부품을 조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CNBC는 7일(현지시간) 사우디 주바일 석유화학·산업단지의 가동 중단이 인쇄회로기판(PCB) 핵심 소재인 레진의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공급의 70% 끊겼다”

주바일 단지는 지난 3월 말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불가능해지자 1차로 가동을 멈췄다. 이후 이란이 지난 4월 6~7일 해당 단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재가동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위치타주립대 공급망 전문가 우샤 헤일리 교수는 주바일 단지가 세계 고순도 폴리페닐렌에테르(PPE) 레진의 약 70%를 공급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생산이 완전히 멈췄고 이를 대체할 공급업체가 없다”며 “PCB 가격은 한 달 만에 40% 올랐고, 에폭시 레진 투입 소재의 납기는 3주에서 15주로 늘었다”고 말했다.

다우(Dow)는 사우디 아람코와 주바일에서 합작법인을 운영 중이다. 짐 피터링 다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23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및 공급망 정상화에 “275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수리보다 물류 상황이 더 큰 변수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PCB 40% 급등…“제품값 5~25% 인상”

PCB는 스마트폰·노트북·웨어러블·게임 콘솔·라우터·AI 서버 등 모든 현대 전자기기의 ‘신경계’다. PCB 비용이 오르면 그 충격은 전 품목으로 빠르게 번진다.

로이터가 인용한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PCB 가격은 3~4월 한 달 만에 최대 40% 올랐다. 엔비디아 PCB 공급업체이자 세계 최대 PCB 제조사 중 하나인 중국 빅토리 자이언트도 중동 분쟁이 구리·레진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PCB 제조사 TTM은 CNBC에 “가격을 5~25% 인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테크리서치의 마크 베나 CEO는 “소비자들이 애플 스토어에서 ‘레진 부족’이라는 말을 들을 일은 없겠지만, 더 높아진 가격·더 긴 수리 대기·줄어든 할인 혜택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 17 모델이 지난해 11월 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한 매장에서 판매용으로 전시돼 있다. (사진=AFP)
◇아이폰도 예외 아니다…폴더블폰이 직격탄

애플은 막대한 구매력과 장기 공급 계약, 빠른 설계 변경 능력 덕분에 상대적으로 충격 완충력이 높다. 그러나 베나는 “애플이 고통의 분산은 가능하지만, 집중된 석유화학 병목을 소멸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제조사들은 프로모션 축소나 고용량 모델 가격 인상으로 비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 다만 충격이 가장 빠르게 나타날 품목은 PC·액세서리·게임 하드웨어·라우터·중저가 안드로이드폰 등 저마진 기기라고 베나는 지적했다.

특히 애플의 폴더블폰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스마트폰 중 PCB 비용 상승이 가장 크게 반영되는 제품군이어서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폴더블폰이 당초 올해 9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연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지 모바일의 태드 황 CEO는 아이폰 17, 삼성 갤럭시 S26 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의 출시 가격은 이미 확정돼 있고 재고도 충분하기 때문에 향후 두어 달간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공급망 불안의 장기 여파는 올해 가을부터 가시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기기 가격 10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를 수도”

PPE 레진은 첨단 PCB에서 요구되는 전기·열 특성을 충족하는 사실상 유일한 소재다. 저주파 용도에서는 PTFE나 에폭시 기반 라미네이트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AI 서버·자동차 전자기기용 PCB에서는 소재 변경 시 재인증·재설계·테스트 절차가 뒤따른다. 베나는 “나사 하나를 교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카네기멜런대 운영관리학과 스리다르 테이우르 교수는 “미국이 잃어버린 레진 생산량을 대체할 제조 역량을 갖추지 못했고, 관련 기술도 이미 다른 곳으로 이전됐다”고 지적했다. 레진 부족에 메모리 가격 상승, 관세 효과까지 더해지면 가을에는 전자기기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공급망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테이우르는 “사우디 공장이 두어 달 더 멈춰 있으면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된다”며 “데이터센터, 라우터, 고급 5G폰에 타격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시점이다. 다우가 제시한 ‘275일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재개 시점은 올해 말이다. 그 전에 레진 공급이 풀리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올가을 새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살 때 더 높아진 가격표를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25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관계자가 노트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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