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수출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분기 성장률 3.6%…수출 사상 최고
한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로, 지난해 4분기(1.6%)의 2배를 웃돌았다. 1분기 수출은 38% 급증해 2200억 달러(약 333조608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4월 수출 총액도 858억9000만 달러로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 수출만 319억 달러에 달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모두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며 글로벌 20대 기업 반열에 올랐다.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데이터센터 확산은 초고압 변압기 수요도 함께 키웠다. 효성중공업(298040), HD현대일렉트릭(267260), LS일렉트릭 등 관련 업체 3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32조원에 달한다. 효성중공업 주가는 최근 5년 사이 50배 이상 뛰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주 반도체 수출 호조가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7%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전쟁의 경제적 충격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조선 수주 “빈 자리 없다”…미 해군도 한국행
조선업도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사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6척을 수주했다. 2025년 연간 수주(7척)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부산 인근 거제도 조선소의 한 노동자는 FT에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모든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며 “생산 가동률이 거의 100% 이상”이라고 전했다. 삼성중공업(010140), 한화오션(042660), HD한국조선해양(009540) 등 3대 조선사가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수주한 계약 금액은 191억 달러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 연간 수주 총액(363억 달러)을 돌파할 전망이다.
미국도 한국 조선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4월 전함 설계·건조를 한국·일본에 외주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18억5000만 달러 규모의 타당성 조사를 발표했다. 수십년간 유지해온 자국 생산 원칙을 깨는 결정이다. 미 정부책임처(GAO)는 지난해 미국 조선업 상황을 “거의 완전한 붕괴”로 진단한 바 있다.
서울 소재 인프라·방산 분야 은행가 패트릭 한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한국과 일본, 특히 한국의 조선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이데일리DB.
방산 수출도 질주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아시아·유럽의 안보 불안이 한국 무기에 대한 수요를 키웠다. 한국 무기는 서방 대안보다 저렴하고, 미국산에 통상 따라붙는 납기 지연·사용 제한도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올해에만 한국은 페루,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방산 계약을 체결했고, 폴란드에는 전투기·로켓·전차 등 6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방산 수출 수주잔고는 최근 1년간 24% 늘어 113조3000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빼면 비교 열위”…그림자도 짙다
호황의 이면엔 그늘도 있다. 철강·석유화학은 저가 중국 경쟁사와 고유가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은 임금 부담과 에너지 비용에 짓눌려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계·배터리·디스플레이·자동차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다고 본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FT에 “중국에 대해 기술 경쟁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산업은 머지않아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한국은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교 열위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패트릭 한은 이 ‘반영구적인 위기의식’이 역설적으로 한국 산업의 원동력이라고 봤다. 그는 “우리가 멈추는 순간 그게 경제의 정점일 것”이라며 “앞으로 나아가려면 계속 노를 저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30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