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나가라" 영국서 반이민 폭동… 머스크도 선동 가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0일, 오후 05:1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반(反)이민 폭력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복면을 쓴 군중이 주택과 차량에 불을 지르며 외국인을 겨냥한 공격에 나서자, 정치권은 “인종에 기반한 폭력”이라며 일제히 규탄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도심 샌디로 지역에서 한 건물이 불타고 있다. 이날 벨파스트에서 수단 출신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영상으로 퍼지면서 극우 진영의 반이민 시위를 촉발했다. (사진=AFP)
9일(현지시간) CNN방송,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북아일랜드 최대 도시 벨파스트 곳곳에서 복면을 쓴 군중이 주택과 버스, 자동차, 바리케이드 등에 불을 질렀다. CNN이 검증한 영상에는 주택이 화염에 휩싸이고 소방관들이 거리를 내달리는 장면이 담겼다.

벨파스트 인근 뉴타운애비와 킬킬에서도 차량이 불탔고, 시위는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 등지로 번졌다. 글래스고·런던 등에서도 소규모 시위가 열렸으며, 런던에서는 극우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며 반이민 구호를 외쳤다.

미셸 오닐 북아일랜드 제1장관은 복면을 쓴 남성들이 “가족들을 집에서 불태워 내쫓고 있다”며 “노골적인 폭력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태는 흉기 난동 용의자가 기소되면서 촉발됐다. 전날 밤 벨파스트 북부에서 40대 남성이 흉기에 찔려 눈과 등, 얼굴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남성은 현재 위중한 상태로, 경찰은 수단 출신으로 추정되는 30세 남성을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경찰 측에 따르면 용의자는 2023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을 거쳐 북아일랜드에 입국한 뒤 망명을 신청해 2028년까지 체류 허가를 받은 합법적 거주자다. 용의자는 흉기 소지와 살해 협박 혐의도 받고 있으며 10일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경찰은 “현재로선 이번 사건이 테러와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며 수사가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해자가 이민자로 추정되며 반이민 정서가 증폭됐다. 소셜미디어(SNS) 극우 계정들은 사건 영상을 빠르게 퍼나르며 시위를 선동했다.

엑스(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까지 가세해 시위를 부추겼다. 그는 반이슬람 선동으로 알려진 인물 토미 로빈슨의 전국 집회 요청 게시물을 공유하며 “반복적으로, 큰 목소리로 시위해야만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은 폭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흉기 난동을 “끔찍하고 역겨운 일”이라며 “이런 폭력에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닐 장관은 “북벨파스트 공격은 극악무도했지만, 이를 악용해 그저 일하며 가족을 꾸리려는 무고한 사람들을 표적 삼으려는 위험한 시도가 있다”며 “인종차별과 위협, 폭력은 어디서든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레어 해나 벨파스트 하원의원은 BBC에 “인종에 기반한 포그롬(특정 집단을 겨냥한 박해)”이라며 “남성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오직 피부색을 이유로 외국인을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오미 롱 북아일랜드 법무장관도 “복면을 쓴 폭도가 거리로 나와 위협하고 파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증오가 이기게 둘 수는 없다”고 했다. 북아일랜드경찰청(PSNI)은 “산발적인 무질서”가 곳곳에서 벌어졌다고 인정하면서, 지역사회를 향해 평화적으로 시위하고 폭력에 가담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영국 내 인종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터졌다. 최근 극우 인사들과 SNS가 반이민 정서를 키우는 가운데, 또 다른 폭력 사건을 두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 등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영국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양국이 충돌하기도 했다. 북아일랜드에선 1년 전에도 밸리미나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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