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황 CEO의 재팬 패싱은 인공지능(AI) 혁명에서 일본이 뒤처질 수 있다는 위험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의 한 고깃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회동하고 있다.(사진=AFP)
황 CEO는 이어 이달 5일 한국을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 회동을 했다. 6일에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유퀴즈 녹화에 참여했고, 7일에는 프로야구 시구에 나서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황 CEO가 이번 순방에서 한국과 대만 기업들을 단순 공급업체가 아닌 AI 혁명을 주도하는 파트너로 격상하려는 행보를 보였다고 닛케이신문은 평가했다. 황 CEO는 일정 동안 “대만은 AI 혁명 진원지다” “한국의 파트너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러 왔다”면서 대만과 한국에서 파트너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에 대한 관리도 잊지 않았다. 황 CEO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 기업 대표단으로 참석해 인민대회당 등에서 중국 측 인사들과 회동했을 뿐 아니라 시내를 돌아다니며 현지 음식을 즐기기도 했다.
닛케이신문은 한국과 대만은 모두 엔비디아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엔비디아와 직접 연결된 기업이 별로 없다는 점을 짚었다.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신에츠화학 등 반도체 장비와 웨이퍼 공급 분야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TSMC 같은 엔비디아 고객사의 거래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AI 모델 분야에서 눈에 띄는 일본 기업이 없다는 점 역시 일본이 엔비디아의 관심 밖에 있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AI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중국과 비교해 엔비디아 칩 구매 규모 면에서도 경쟁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AI 혁명 과정에서 생성된 생태계에 일본이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닛케이신문은 지적했다.
황 CEO는 최근 엔비디아를 ‘AI 인프라 기업’으로 규정하며 반도체 공급업체를 넘어 데이터센터, AI PC, 로봇, 자율주행 등 AI 산업 전반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만과 한국 기업들은 단순 공급업체가 아니라 공동 개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대만의 미디어텍과 AI PC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폭스콘과는 AI 기반 스마트 공장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는 SK그룹과 차세대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LG·현대차·두산 등과도 로봇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일본 기업과의 협력은 후지쓰의 AI 반도체 개발, 화낙의 산업용 로봇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닛케이신문은 “엔비디아는 투자와 제휴를 통해 반도체 제조, 광통신 부품, 서버, AI 모델 개발 기업들을 자사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황 CEO가 직접 시간을 내 방문하고 공동 혁신을 제안할 만큼 매력적인 기업이 현재 일본에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아이폰이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켰을 때 무라타제작소, TDK, 소니그룹, 키옥시아 등은 애플 생태계에 편입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었다”며 “AI 혁명 시대에 일본이 엔비디아 같은 선도 기업의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일본의 국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