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잔디밭서 트럼프 80세 생일잔치 'UFC 경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후 06:0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잔디밭) 위로 600톤짜리 거대한 철제 아치 구조물이 솟았다. 집게발(claw) 모양을 한 이 구조물은 백악관 본관보다도 높았다. 14일(현지시간) 밤, 이곳에서 사상 처음으로 종합격투기(UFC) 경기가 열렸다. 8각형 옥타곤 위에 펼쳐진 강렬한 조명과 음악, 관중의 함성이 백악관 일대를 가득 채웠다.

일리아 토푸리아와 저스틴 게이치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South Lawn)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맞붙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0번째 생일이자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옥타곤 옆 케이지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다섯 자녀와 손주들도 곁을 지켰다. ‘UFC 프리덤 250’으로 명명된 이날 행사에는 4500여명이 임시 경기장에 입장했고,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최대 8만명이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됐다.

체급별로 진행된 7개 경기 중 메인이벤트인 라이트급 통합타이틀전에서는 저스틴 게이치가 17연승 중이던 일리아 토푸리아를 4라운드 기권승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토푸리아는 3라운드에서 오른쪽 눈 부상을 입은 뒤 게이치의 공세에 고전하다 경기를 포기했다.

시릴 간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South Lawn)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헤비급 잠정 타이틀전에서 알렉스 페레이라를 꺾고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은행 문 열기 전에 보상”…암호화폐 보너스까지 동원

이번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기업들이 다수 참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립토닷컴이 메인 스폰서를 맡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세력이 운영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럼블(Rumble), 배송기술업체 이지포스트, 보수 성향 단체 터닝포인트USA 등의 광고가 경기장 캔버스에 걸렸다.

트럼프 일가가 참여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은 선수 보너스 일부를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1’으로 지급했다. 잭 위트코프 WLFI 최고경영자(CEO)는 더블록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에서 거둔 승리는 은행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크립토닷컴이 별도로 책정한 100만달러(약 15억1350만원) 규모의 크로노스(CRO) 토큰 보너스와는 별개다.

경기 중계는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독점 스트리밍됐다. 파라마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CBS 인터뷰 편집 관련 소송에서 1600만달러를 받고 합의한 뒤 스카이댄스와의 합병을 승인받았으며, 합병 직후 UFC와 오는 2033년까지 77억달러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South Lawn)에 설치된 ‘UFC 프리덤 250’ 경기장 전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UFC 경기를 개최했으며, 백악관은 이를 ‘미국의 투지를 기리는 세대에 한 번 있을 축하 행사’라고 소개했다. (사진=로이터)
◇TKO그룹 주식 보유 트럼프, 이해충돌 논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UFC 모회사인 TKO그룹홀딩스의 소액 주주로, 최근 공개된 재무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해당 주식을 1만5000~5만달러 규모로 매입했다. 2024년 공개 자료에서도 일부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윤리단체들은 대통령이 자신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행사를 정부 소유 부지에서 열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퍼블릭인테그리티프로젝트는 이번 행사를 “부패의 화산”이라 칭하며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방 판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원고 측 주장이 “심미적 이익에 대한 침해에 불과하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다만 TKO그룹 주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수억달러 규모로 수백개 종목에 분산돼 있다. 트럼프 가족기업인 트럼프오거나이제이션은 해당 거래가 외부 금융기관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워싱턴기념탑 옆 엘립스(Ellipse) 맞은편 거리에서 시민들이 경기를 관람하는 가운데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입장권 비공개 배포…여론조사 “부적절” 46%

행사 티켓은 일반에 판매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은 4000여석 중 일부를 군 장병으로 채웠고, 나머지는 백악관 측이 통제했다. UFC는 일부 좌석을 100만달러 이상을 지불한 손님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추첨으로 배포된 일반 관람권을 둘러싸고 행사장 주변에서는 200달러에서 시작해 100달러까지 가격을 낮추는 암표 거래도 목격됐다고 전해졌다.

행사장 인근에서는 시민단체 ‘서드액트’ 주최로 수십명이 참여한 반대 집회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백악관이 “UFC와 기업들의 광고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TKO그룹 지분 보유와 크립토닷컴의 관여를 문제삼았다.

이런 분위기는 여론조사에도 반영됐다. 로이터·입소스가 지난 3~8일 미국 성인 45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2.0%포인트)에서 이번 행사 개최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16%에 그쳤고,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6%에 달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상공에서 ‘UFC 프리덤 250’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종전 합의 2시간 만에 개막…“강인함” 과시 의도 분석도

이날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합의를 발표한 지 약 2시간 30분 만에 시작됐다. 지난 2월말 시작된 이번 전쟁은 미국 소비자물가를 3년여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유권자들의 불안을 키운 바 있다. 로이터는 이번 행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덕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과도 맞물려 있다고 짚었다.

100일 넘게 이어진 전쟁에서 결국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격투기 이벤트를 통해 자국의 강인함을 부각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행사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CEO 등 재계 인사와 존 튠 상원 원내대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국무·국방·상무·국토안보 장관 등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한편 프랑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UFC 참석 일정을 고려해 오는 16일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엘립스(Ellipse)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출전 선수들의 공식 계체 행사(Fan Fest)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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