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AI기업 IPO·빅테크 유증…美주식 홍수시대 오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후 07:20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주식시장이 ‘주식 희소성 시대’를 마감하고 ‘공급 확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스페이스X에 이어 오픈AI, 앤스로픽 등 초대형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고, 알파벳과 메타 등 기존 빅테크 기업들까지 주식 매각에 나서면서다. AI 투자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 경쟁이 이어지면서 닷컴버블 이후 최대 규모의 신규 주식 공급이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이를 강세장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기존 주주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향후 2년간 미국 증시에 약 1조 5000억 달러(약 2265조원) 규모의 신규 주식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자사주 매입 효과를 제외한 순증 기준으로, 현실화될 경우 닷컴버블 시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주식 공급 확대가 된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 증시를 특징짓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희소성’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 기업들은 이 기간 약 12조 달러(약 1경 8127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유통 주식 수를 줄였고, 유망 스타트업들은 상장을 미루며 비상장 시장에 머물렀다. 그 결과 상장 주식 수는 감소하는 흐름을 유지했다. 그러나 AI 투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뒤집혔다는 평가다.

첫 번째 변화는 초대형 IPO의 귀환이다. 스페이스X는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인 750억 달러(약 113조원)를 조달하며 나스닥에 입성했다. 오픈AI와 앤스로픽도 수개월 내 대규모 IPO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에서는 3개 기업만으로도 1700억 달러(약 257조원) 이상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물량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이스X는 전체 지분의 5% 미만만 상장했으며 오픈AI와 앤스로픽도 비슷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보호예수(락업) 기간이 종료되면 추가 물량이 대거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

두 번째 변화는 기존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 변화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풍부한 현금흐름과 저금리 환경을 바탕으로 주로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으로 차입 비용이 높아진 데다 AI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 사례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다. 알파벳은 오랫동안 자사주 매입의 대표 기업으로 꼽혔지만 최근 AI 투자 확대를 위해 85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메타와 오라클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빈센트 델루아드 스톤엑스 파이낸셜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기업들은 처음에는 이익과 잉여현금흐름으로 투자했고 이후에는 부채를 늘렸다”며 “이제는 주식 발행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현재 강세장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가 주식 공급 확대라는 경고도 나온다. 씨티그룹 전략가 출신인 로버트 버클랜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고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면서 주식 공급을 줄였고, 이것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며 “이 같은 탈주식화(de-equitization) 시대가 끝나고 이제 공격적인 ‘주식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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