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문제는 미결…중동원유 수급 리스크는 여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후 07:11

[이데일리 김윤지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이 14일(현지시간) 평화협상을 타결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4% 하락하는 등 불안이 해소되는 양상이나 전문가들은 공급망 회복에 수 주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 동결자산 해제, 이란 핵 협상 등 핵심 쟁점이 60일간의 본협상으로 넘어간 점에 주목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달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이 이뤄지자마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면 기뢰 제거 작업도 진행할 것이다”며 “역내와 전 세계를 위해 원유 수송이 양 방향에서 재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하는 MOU에는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영구 종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30일 내), 미군의 이란 인근 지역 철수(30일 내), 이란의 핵무기 미보유·미개발 약속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여부, 240억 달러(약 36조 2328억원) 동결자산 해제 방식, 이란 핵물질(고농축우라늄 약 440.9㎏) 처리, 제재 해제 범위 등 핵심 쟁점은 60일간의 후속 협상으로 넘겼다.

합의 자체의 취약성도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행료 없는 통행’을 강조했지만 이란은 “수수료 징수권은 전적으로 이란과 오만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서명 이후에도 이란이 언제든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남겨뒀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외교정책 연구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임시 합의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며 “그러나 이를 넘어서 핵 문제나 제재 해제를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더라도 선박 운항 재개와 항로 조정 등 물류 정상화 작업에 수 주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MST 파이낸셜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사울 카보닉은 “이는 에너지 공급망을 회복하기 위한 길고 복잡한 과정의 시작이다”며 “물류 복구, 손상된 에너지 인프라 수리, 고갈된 원유 재고 재구축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석유 시장은 내년까지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국내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거의 없다며 이란이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국제제재팀장(변호사)은 이번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상당히 모양새가 빠지는 합의다”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성과로 제시하고 있지만 전쟁 전에도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했던 해협이라는 점에서 이것을 성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 팀장은 이란이 주장하는 통행료(수수료) 징수 문제를 핵심 리스크로 짚었다. 만약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에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전쟁 전보다 크게 후퇴한 것이다”며 “한국과 일본처럼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동아시아 국가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알려진 MOU 내용을 보면) 생각보다 이란이 얘기했던 내용이 훨씬 더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만약 그렇다면 미국이 양보를 많이 한 셈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만큼은 이란이 계속 통제권이라는 보장책으로 가지고 가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되 우라늄 농축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큰 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탄도미사일과 ‘저항의 축’ 지원 문제를 추후 협상 의제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 점에 대해,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본 협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합의를 협상 종결이 아닌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란이 동결자산 120억 달러(약 18조1164억원) 단위의 분할 수령을 요구하며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고, 트럼프 역시 출구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 합의 자체는 성사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가 호르무즈 개방을 통해 유가와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짚었다. 갤런당 가격이 4달러를 넘어선 상황이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트럼프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서명식이 유럽에서 진행되는 것은 앞으로 이란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고무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이란으로서는 올해 초 환율이 달러당 130만~140만 리알에서 현재 180만~185만 리알까지 치솟은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핵 문제에서 양보하더라도 동결자산 등 경제적 실리를 최대한 챙기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