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전쟁 출구 찾았지만…정치적 삼중고 직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전 09:3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종식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예비 합의(MOU)를 도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내 반발과 동맹 균열, 합의 이행 불확실성이라는 삼중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이란에 항복”…공화당 강경파 이탈

합의 발표 다음 날인 15일 공화당 내 이란 강경파들은 이번 합의를 “전술적 재앙”으로 규정하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은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이란에 항복했다”고 직격했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이번 전쟁을 지지해온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이란과 백악관이 합의 내용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다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합의문 정식 텍스트 공개를 요구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ABC 인터뷰에서 이란의 동결 자산이 즉각 해제되는 것은 아니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 관련 특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만 자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공화당은 수년간 고립주의와 개입주의 사이의 균열을 봉합해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상원 다수 의석 방어를 앞두고 당내 분열이 가시화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정상화 “2027년 이야기”…소비자 체감 안도감은 요원

이번 합의의 핵심 경제 효과인 유가 하락도 당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지만, 완전 개방은 오는 19일 이후다.

설령 해협이 열려도 공급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걸프 국가들의 인프라 복구와 생산 증대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시장정보업체 ICIS의 글로벌 원유시장 총괄 데이비드 조르베나제는 “전쟁 이전 수준의 완전한 물동량 회복은 현실적으로 2027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 지연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직결된다. 이달 초 기준 미국인 약 70%가 트럼프의 물가 대응 방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생활비 불만이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 갤런당 6달러가 넘는 기름값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AFP)
◇오바마 JCPOA와의 비교 불가피…핵 처리 방향 여전히 불투명

트럼프는 집권 이래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재앙’으로 규정해왔다. 당시 미국이 합의 촉진을 위해 테헤란에 현금 팔레트를 보낸 것도 반복적으로 비판 소재로 삼았다.

이제는 트럼프 자신이 이란과 핵 합의를 협상하는 입장이 됐다. JCPOA보다 명백히 나은 최종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역공을 맞을 수 있다고 측근들은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예비 합의에는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 방향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다. 양측은 60일 이내에 포괄적 합의에 도달해야 하지만, 수십 년간 이 문제를 놓고 대립해온 두 나라가 60일 만에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 공습 지속…합의 이행 불씨 여전

합의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다. 이스라엘은 합의 발표 당일인 14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를 폭격했고, 이튿날인 15일에도 레바논에서 추가 공습으로 1명이 사망했다.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궁지에 몰아붙이던 시점에 예비 합의가 이루어진 것에 내심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텔아비브 인근 바르일란대학교의 조나단 린홀트 정치학자는 “이스라엘 정부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란과의 협상이 빠르게 결렬되고 분쟁이 재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쟁과 그 해결 과정은 미국의 동맹 관계도 시험대에 올렸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이스라엘 전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공개 비판해왔고, 걸프 동맹국들은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으며 미국 안보 체계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상태다.

트럼프는 현재 연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이다. 트럼프가 NATO 회원국들의 전쟁 불참을 비판해온 만큼, 이번 회의에서 동맹 긴장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전략가 찰리 제로는 “이란의 약속 이행 기록은 형편없기 때문에 관건은 이 합의가 언제 깨질 것인가 하는 점”이라면서도 “트럼프가 다른 수단을 통해 합의를 유지할 수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레바논 나바티예에서 바라본 레바논 남부 상공에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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