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아닌 수수료 징수”…주장 배경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전 11:02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과 이란이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 관리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통행료 없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이란은 통행료가 아닌 ‘수수료’ 징수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프랑스 휴양지 에비앙레뱅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진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양자 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란 합의를 이뤘고 거기엔 통행료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일 소셜미디어(SNS)와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란과 종전 합의 소식을 알리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이전과 마찬가지로 ‘무료’ 개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AFP
이는 이란 측의 주장과 차이가 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수수료’ 징수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MOU 문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오만과의 조율 아래 이란이 관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를 명분으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설립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또한 이날 “이란이 통행료(tolls)를 부과하려는 것은 아니라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fee)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환경 관련 부담금이나 안전 통항 관리 비용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비용 부담과 물류의 복잡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 수역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나올 가능성 등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NYT는 우려했다.

무엇보다 자연 해협에 대한 통행료 부과는 국제법상 불법이다. 항구 폐기물 처리나 예인, 안전 관리처럼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는 일정 조건 아래 허용될 수 있다. 이란이 ‘통행료’라는 표현을 피하고 ‘수수료’라는 명칭을 쓰는 것도 이 같은 법적 차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법적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쟁 이전까지 무료였던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해 비용을 요구하면서 이를 ‘서비스 수수료’라고 부른다 해도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가 분명하지 않다면 사실상 통행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제임스 홈스 미국 해군전쟁대학 교수는 ”통행료든 수수료든 국제법에는 연안국이 자연 수로 통과에 대해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며 ”우리는 말라카 해협이나 대만해협을 통과할 때 비용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나마운하나 수에즈운하처럼 인공 수로의 경우 해당 운하를 관리하는 연안국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서비스와 인프라에 대한 대가로 비용이 오간다.

홈스는 ”이란이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는 선박을 공격하지 않는 것뿐“이라면서 ”단순히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을 서비스라고 부르기에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MOU에는 우선 ‘60일간 호르무즈 무료 통행’이 명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종전 합의 이후 60일간의 후속 협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 권한과 비용 부과 여부가 다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음을 뜻한다. 최악의 경우 전쟁 이전에는 무료였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에 추가 비용이 붙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제법을 수호하며 그 수로에 통행료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달 동안 이란의 통행료 부과 가능성을 일축하는 동시에 미국이 전쟁의 자칭 승자로서 징수권을 갖거나 그 수입을 나눌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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