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상점에서 직원이 식료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5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율 기준 4.2%로 수년 만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이 에너지 비용에서 비롯됐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약 4개월 전과 비교해 물가가 빠르게 뛴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시장과 석유 시장의 역학을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다”면서도 “방향 면에서는 모두가 하락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안나 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항공유·비료·플라스틱·알루미늄·천연가스 등 유가 충격의 영향을 받는 원자재 대부분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CPI) 및 근원 CPI 상승률 추이. (단위: %, 자료: 미국 노동부·블룸버그)
이번 합의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은 이를 ‘양해각서(MOU)’로 부르고 있으며 정식 서명식은 오는 19일로 예정돼 있다.
잠정 합의 소식에 유가는 하락하고 주가는 올랐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고 경고했다.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의 스티브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이미 합의가 완성됐고 분쟁 이전 상태로 사실상 돌아갈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이미 최선의 시나리오에 가깝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대형 기상 장애 이후 회복 중인 공항에 비유하며 “폭풍이 끝나도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휘발유값 아직 취임 당시보다 30%↑
미국자동차협회(AAA)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8리터)당 4.07달러다. 지난달 연중 최고가인 4.56달러보다는 낮아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의 갤런당 3.13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물가를 내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휘발유 가격 급등은 그의 지지율 하락을 이끈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노트르담 대학교의 크리스티아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연말까지 호르무즈 해협의 해운 물동량이 전쟁 이전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프라 피해로 인해 석유 재고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향후 수개월간 유가가 다시 오를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아직 고개를 넘지 못했다”는 것이 바우마이스터 교수의 진단이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추이. (단위: 갤런당 달러, 자료: 미국자동차협회(AAA)·블룸버그)
이번 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 소식은 이번 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반영되기엔 시기적으로 늦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금리 인상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정책 당국자들의 부담을 일부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회의에서 금리 인하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 지출 측면에서는 즉각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전쟁 기간 동안 소비자 지출은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됐지만, 연간 인플레이션이 두 달 연속으로 임금 상승률을 앞질러 실질 구매력은 이미 훼손된 상태다. 다만 평화합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미시간대학교가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달 초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주로 유가 하락에 따른 심리 개선이 반영된 결과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더타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하락으로 가계가 실질 소득이 회복되면서 여유분을 보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스의 마크 잔노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증가세 둔화로 물가 압력이 완화되더라도 올해 남은 기간 소비자 지출은 계속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