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TV 유은길 경제전문 기자]글로벌 기술 패권을 쥔 거물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으며 대한민국이 세계 AI 시장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을 시작으로 오픈AI의 샘 올트먼, 그리고 글로벌 인공지능 리더인 앤트로픽의 핵심 경영진까지 한국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 지상과 우주를 막론하고 AI 인프라의 거대한 축이 요동치는 지금, 전 세계 테크 리더들이 한국에 던지는 러브콜의 진짜 속내와 우리 산업의 생존 문법은 무엇일까?
‘어쨌든 경제’는 구글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PM)를 거쳐 국회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만나, 화려한 테크 리더들의 방한 붐 이면에 숨겨진 글로벌 거물들의 계산법과 이에 대응하는 한국 AI 산업의 사활이 걸린 생존 전략을 청취했다.
연예인 보듯 환호할 때 아니다… 빅테크가 내미는 ‘영수증’을 보라
이해민 의원은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의 방한을 단순한 ‘한국 시장 우대’로 해석하는 감상주의를 경계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철저하게 고도화된 주주 가치 제고와 수익 다각화 시나리오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행보는 명확한 투트랙 계산법에 의해 움직인다. 첫째는 인공지능 칩 제조의 아킬레스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며, 둘째는 칩 판매를 넘어 로보틱스, 모빌리티, 클라우드 등 이른바 ‘피지컬 AI’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해 주가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면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기업들의 방한은 기술 과시 단계를 지난 본격적인 ‘세일즈 오퍼레이션(수익화 단계)’의 확장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의 인프라를 자신들의 독점 생태계 안에 종속시키기 위한 판촉 활동이라는 냉정한 진단이다.
뱁새가 황새 쫓다간 추락한다...우리가 잘하는 ‘그라운드’에 올인하라
한국이 글로벌 ‘AI 탑 3’를 목표로 삼은 현시점에서 이 의원은 냉정한 체급 확인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양강(G2) 구조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의 방식을 모방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 글로벌 1위를 거머쥐었던 ‘성공의 DNA’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가전, 조선 등 가혹한 글로벌 제조 시장에서 하드웨어 강국으로서 탑을 찍어본 경험이 있다. 이 강력한 제조 그라운드 위에 AI를 얹는 ‘피지컬 AI’ 분야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 배팅해야 한다. 약점을 메우려다 강점까지 잃는 우를 범하지 말고, 지상의 제조 역량과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에 사활을 걸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추격형 탑 3가 가능하다.”고 이 의원은 강조했다.
규제는 성장의 브레이크가 아니다...‘AI 기본법’이 만든 안전한 운동장
산업계 일각에서 우려하는 규제 리스크와 관련해 이 의원은 올해부터 시행된 세계 최초 ‘AI 기본법’이 가진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법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릇(법률)은 크게 짜되 세부 알맹이는 과기정통부를 중심의 시행령과 실증 테스트를 통해 유연하게 채워 넣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AI 기본법을 ‘사거리의 신호등’에 비유했다. 신호등이 규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들이 엉키지 않고 제 속도를 낼 수 있게 만드는 안전 인프라이듯, 본 법안 역시 ▲모델 개발자 ▲서비스 제조사 ▲최종 사용자 ▲영향을 받는 시민 등 4대 주체의 책임과 권한을 정립해 안심하고 뛸 수 있는 운동장을 조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AI 규범의 표준 세터(Standard Setter)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네옴시티의 실패를 보라...AI 도시(AICT) 성공의 핵심은 ‘인크리멘털 론치’
국토교통부 중심의 AICT(AI 중심 스마트시티) 시범 도시 지정을 두고 이 의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가 마주한 난항을 날카롭게 거론했다. 네옴시티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지나친 프로판간다와 한 번에 너무 많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다기능 목적의 과부하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새만금 등 선정될 세 곳의 시범 도시는 철저하게 ‘작게 시작해서 배우며 키우는(Incremental Launch)’ 실증 모델로 가야 한다. 지자체마다 비스무리한 아파트형 신도시를 양산할 게 아니라, 한 곳은 수소 AI 시티, 다른 곳은 로보틱스 물류 등 아주 좁고 뾰족한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전 세계가 지갑을 열고 사 갈 수 있는 독보적인 레퍼런스 데이터가 축적된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기술의 배신과 2030의 절벽...휴머니즘 기반의 AI 네이티브 생태계 짜야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때 발생하는 고용 구조의 격변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뇌관이다. 기업들이 기존 인력은 유지하되 신입 채용의 문을 닫아버리면서 2030 세대가 마주한 취업 절벽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이 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선택지를 박탈하는 고용 구조를 탈피하고, AI가 가져온 과실을 사회로 환원해 노동 시간을 줄이고 내수를 살리는 법 제도와 기금 마련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청년 세대를 향해서는 레거시(유산) 기업의 닫힌 문을 두드리기보다 ‘AI 네이티브’로서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생태계를 직접 개척할 것을 주문했다. AI 시대가 고도화될수록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가치’와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을 가진 인재가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이해민 의원은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기술 강국이 완성된다”며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빅테크의 독점을 견제하고 기술의 혜택이 온 국민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망과 진흥책을 촘촘히 엮어내겠다”는 다짐으로 대담을 마쳤다.
이 의원이 출연한 ‘어쨌든 경제’는 유은길 경제전문기자의 진행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이데일리TV 및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된다.
[사진=어쨌든 경제 방송 캡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사진 우측)이 6월 12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서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 질문에 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