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마로시 셰프초비치(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브렉시트 장관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무역협력협정(TCA) 파트너십이사회 첫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FT가 꼽은 첫 번째 브렉시트 승자는 관세사다. EU와 물건을 주고받는 데 필요한 통관 서류 등이 산더미처럼 불어났고, 이는 새로운 장벽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역 전문가들이 급부상했다. 수출·국제무역공인협회는 2020년 이후 새 관세사 1만명을 길러냈다. 마르코 포르조네 사무총장은 기업 내부든 독립 컨설턴트든 관세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정부도 무역 협상과 브렉시트 후속 업무를 처리할 부서를 꾸리느라, 탈퇴 후 6년간 공무원을 9만5000개 가까이 늘렸다.
규제를 빠르고 자유롭게 손볼 수 있다는 점도 일부 산업엔 기회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게 ‘신(新)식품’이다. 영국 식품기준청(FSA)이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신기술을 제한적으로 시범 허용하는 제도)가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영국은 2020~2024년 대체단백질 연구 공공투자에서 1억2700만유로(약 2229억원)를 유치해 EU 집행위원회(3억800만유로·약 5407억원)를 빼면 유럽 최대 유치국이 됐다. 배양 돼지비계를 만드는 혹스턴팜스의 맥스 자밀리 공동창업자는 “다른 EU 국가들이 부러워하며 ‘샌드박스’를 배우러 찾아온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메타와 애플이 새 AI 기능을 유럽보다 영국에 먼저 선보였다.
브렉시트가 이민을 통제할 것이라던 약속과 달리, 비(非)EU 이민자가 급증한 것도 역설적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대규모 채용에 나섰지만 EU 의료진이 영국행을 꺼리면서, 인도·나이지리아·이집트·필리핀 출신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잉글랜드의 인도 출신 의사·간호사 수는 이미 EU 출신을 앞질렀다. 성인 돌봄 분야의 외국인 채용도 2020~2021년 1만5000명에서 2023~2024년 10만5000명으로 폭증했다. 다만 2025년 저임금 직종 비자가 까다로워지며 신규 유입은 급감했다.
정치적 혼란을 겪은 북아일랜드는 의외의 ‘단맛’을 봤다. 윈저 프레임워크 합의로 EU와 영국 양쪽 상품 시장에 모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영국 어느 지역도 EU도 누리지 못한 ‘두 마리 토끼’를 쥔 것이다. 실제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 경제는 영국 내 다른 지역보다 선전했다. 티모 페처 워릭대 교수는 “가계 명목소득이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3% 높아졌다”며 “다른 모든 영국 지역이 분명한 패자인 가운데 북아일랜드는 최소한 패자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바다 건너 네덜란드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로테르담과 독일 국경 사이 네덜란드 남부는 영국 기업들이 EU 배송용 재고를 쌓아두는 거점으로 떠올랐다. 네덜란드외국인투자청(NFIA)은 2017~2024년 브렉시트를 이유로 자국에 물류를 새로 차리거나 늘린 기업 66곳을 지원했고, 이들이 2100개 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물류단체 페넥스의 요험 스프렝어 사무총장은 “영국 기업만이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영국을 EU 배송 거점으로 쓰던 일본 기업들의 이동”이라고 했다.
결국 브렉시트가 만든 승자들은 그 캠페인이 호언했던 주인공들과는 사뭇 달랐다는 평가다. 의류업체 스내그타이츠의 브리 리드 창업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영국이 하루빨리 관세동맹에 복귀하길 바란다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