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트럼프, 북핵 협상서 한국 패싱할까 걱정"[ESF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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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후 08:2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난다고 해도 한국과 충분히 협의할지 걱정된다.”(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트럼프에게 잘 짜인 대북 계획은 없다.”(존 햄리 CSIS 명예회장)

반기문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 이사장(전 유엔 사무총장)과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명예회장은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특별대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을 이같이 직격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전략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한국의 글로벌 외교 역량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솔직한 시각을 공유했다.

반기문(왼쪽) 전 유엔 사무총장과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명예회장이 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에서 대담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날 대담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합의 발표 직후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행동에 대한 해석이었다. 햄리 명예회장은 “트럼프에게 잘 짜인 전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 합의는 사실상 전쟁 직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고, 공화당은 이렇게 많은 것을 치르고 얻은 것이 없다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이란 이슈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해 김정은 사진을 올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경주를 방문했을 때도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 더 집중하며 개막식에 불참한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실제로 김정은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 정부,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충분히 협의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국을 동등한 동맹 파트너로 대우하지 않고 북핵 문제를 미국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도 두 사람의 시각은 비관적이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의에서 러시아 한 나라가 거부권을 행사해 북한 비핵화 결의문이 채택되지 못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비핵화를 촉구하지 않는 현실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에서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명예회장과의 대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반 전 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두 국가론’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김정은이 최근 남북한을 완전히 다른 두 나라라고 선언하고 한국을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는 존중의 표시가 아니라 두 나라를 영구적으로 분리하려는 정책적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일성·김정일 시절에는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썼다가는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며 “우리 헌법은 분단이 임시적인 것이며 통일이 궁극적 목표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같은 북한의 행태는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조건 충족이 우선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햄리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효과적인 전작권 행사를 위해서는 정보(J2)·작전(J3)·전략기획(J5)이 통합돼야 하는데 한국군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27년이라는 인위적인 시한보다는 실제 준비 상태를 함께 평가하는 과정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도발적인 북한이 영구적 긴장 상태를 원하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담 말미에 햄리 회장은 한국의 글로벌 외교 역량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과 조언을 남겼다. 그는 “한국의 경제 규모는 네덜란드의 2.5배지만 외교부 규모는 오히려 절반에 불과하다”며 “한국 외교부는 너무 오랫동안 미국·중국·러시아·일본 4개국 중심으로만 운영돼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한국은 글로벌 국가인 만큼 외교부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도 이에 동의하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라는 두 축이 흔들리는 지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반기문(왼쪽) 전 유엔 사무총장과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명예회장이 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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