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다우 최고치·나스닥 1.2% 하락…유가 급락에 자금 대이동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전 05:1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16일(현지시간)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 업종별 차별화 장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나스닥지수는 1.2%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이날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4% 오른 5만1999.67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7% 빠진 7511.35를 기록하며 약보합권에 머물렀고, 나스닥100지수는 1.15% 떨어진 2만6376.344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인공지능(AI) 랠리를 주도했던 반도체주에서 산업재·금융주 등 경기민감 업종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섹터 로테이션(순환매)’ 현상이 두드러졌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바뀌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8.9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5.1% 하락했다. 브렌트유가 80달러선을 밑돈 것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6.05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5.8% 급락했다.

유가 급락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잠정 평화협정 서명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초기 60일 휴전 기간 이후에도 통행료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면서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와 글로벌 공급 확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경기민감주 강세로 이어졌다. 건설장비업체 캐터필러는 1.3% 상승했고 JP모건체이스는 3.7% 오르며 금융주 상승세를 주도했다. 투자자들은 에너지 가격 하락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높여 미국 경제 성장세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드워드존스의 모나 마하잔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국채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며 “그동안 소외됐던 경기민감 업종과 가치주로 시장 주도주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업종은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AMD는 7.2% 급락했고 브로드컴(-4.4%)과 마이크론(-6.1%)은 하락했다. 엔비디아도 2.4% 내렸다. 시장에서는 AI 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상장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이날도 강세를 이어갔다. 주가는 4.9% 급등하며 공모이후 사흘 연속 상승했다. 장중 시가총액은 한때 아마존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비상장 대형 성장기업들의 증시 진입이 확대되는 ‘에퀴타이제이션(equitization)’ 흐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이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하고 있다. 시장은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지만 워시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어떤 신호를 내놓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연준의 경제전망요약(SEP)과 점도표(dot plot)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과거부터 점도표와 같은 선제적 정책 가이던스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는 단순한 금리 결정 회의가 아니라 ‘워시 체제’의 정책 철학을 확인하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TD증권은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기존의 금리 인하 편향을 제거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점도표상 2026년과 2027년 금리 인하 전망도 축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렛 켄웰 이토로(eToro) 투자전략가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시장은 올해 몇 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할지를 논의했지만 지금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따지고 있다”며 “시장의 관심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은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모습도 보여서는 안 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가 하락이 반드시 물가 안정으로만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앤디 골드버그 노무라자산운용 인터내셔널 최고투자전략가는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면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확대될 수 있다”며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은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쉽지 않은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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