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자금 대이동…다우 또 최고치·나스닥 1.2%↓[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전 05:5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16일(현지시간)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 업종별 차별화 장세를 나타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기대감으로 유가가 5% 넘게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최근 급등했던 반도체주를 팔고 금융·산업주 등 경기민감 업종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 넘게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이날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4% 오른 5만1999.67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기록했던 최고치를 하루 만에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7% 내린 7511.35에 마감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1.15% 떨어진 2만6376.34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은 전날의 급등세를 일부 되돌리는 모습이었다. 전날 뉴욕증시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 기대감에 힘입어 S&P500지수가 1.65%, 나스닥지수가 3% 이상 급등했다. 하루 만에 투자자들이 숨 고르기에 나선 데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관망 심리도 확산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유가 급락에 반도체 팔고 금융주 샀다

이날 시장의 흐름을 결정한 핵심 변수는 국제유가였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물은 배럴당 78.96달러로 5.1% 하락하며 3개월 만에 다시 8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도 5.8% 급락한 배럴당 76.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급락의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잠정 평화협정 서명식을 열 예정이다. 이번 합의에는 지난 4월 체결된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사실상 봉쇄 상태였던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이란의 원유 수출이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호르무즈 해협은 재개방 이후에도 통행료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시장은 이번 합의가 현실화될 경우 수개월간 글로벌 원유 시장을 압박했던 공급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동 전쟁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국제유가를 크게 끌어올렸고,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연준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왔다. 하지만 전쟁 종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곧바로 주식시장 내 자금 이동으로 연결됐다. 투자자들은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기민감 업종을 사들이는 대신 최근 급등했던 기술주와 반도체주에서는 차익실현에 나섰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금융주와 산업주가 가장 강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JP모건체이스는 3.7% 상승했고, 캐터필러는 1.3% 올랐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 미국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에드워드존스의 모나 마하잔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정학적 긴장 완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국채금리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금융·산업주와 같은 경기민감 업종은 물론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가치주로까지 투자 흐름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근 시장을 이끌었던 반도체 업종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AMD는 7.2% 급락했고 마이크론은 6.1%, 브로드컴은 4.4% 각각 하락했다. 엔비디아도 2.4% 내렸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반도체주가 급등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하락은 실적 우려보다는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투자자들이 AI 관련 종목에 과도하게 몰렸던 만큼 유가 하락이라는 새로운 변수 등장에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마크 루시니 재니 몽고메리 스콧 수석투자전략가는 “전날 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일부 이익 실현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특히 FOMC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포지션을 늘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상장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이날도 월가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주가는 4.9% 상승하며 공모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중 시가총액은 한때 아마존을 넘어섰고, 순간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웃돌기도 했다.

비록 장 후반 상승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스페이스X를 향한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대형 비상장 기업들이 증시에 진입하는 ‘에퀴타이제이션(equitization)’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워시 첫 FOMC…점도표 제출 여부도 관심

시장의 시선은 이제 케빈 워시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FOMC로 향하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거의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워시 체제의 정책 방향과 소통 방식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 공개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워시 의장이 이번 회의에서 자신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시 의장은 과거부터 연준이 점도표와 경제전망 등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점도표가 연준의 정책 유연성을 제약하고,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기관은 워시 의장이 이번 회의에서 점도표 작성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점도표 축소가 연준 내부의 매파적 기류를 감추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시장은 연준이 올해 몇 차례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하지만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예상보다 끈질긴 물가 흐름, 그리고 워시 의장의 매파적 성향이 부각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해 대부분 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12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약 42% 반영하고 있다.

브렛 켄웰 이토로(eToro) 투자전략가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횟수를 계산했지만 이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따지고 있다”며 “시장의 내러티브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은 최근 유가 하락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를 보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어떤 어조를 보이느냐가 향후 수주간 시장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 루시니 재니 몽고메리 스콧 수석투자전략가는 “전날 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일부 이익 실현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FOMC 결과를 앞두고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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