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초빙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에서 '흔들리는 규범, 가치의 충돌: 국제사회 新 생존 문법'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미·중 패권 경쟁, 이란 전쟁 뿐만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하는 지정학적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외교·안보, 금융·재정의 전환점을 다각도로 해부하고 위기 속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 기조를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대서양헌장과 브레턴우즈 체제, 마셜플랜, 닉슨 독트린, 카터 독트린,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전략 등을 예로 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세계질서에서 물러나거나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미국이 패권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면 기술과 에너지, 금융 분야에서 지금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이 기술·에너지·금융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기술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은 AI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에너지 분야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넘어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달러 체제와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의 동맹 관리 방식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질서를 운영했다면 지금은 득실을 따지고 거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가치 중심의 연대에서 이익 중심의 계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한국은 보다 유연한 연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하나의 이해관계에 묶인 연대보다 다층적이고 유연한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며 “중견국 간 연대와 협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그동안 ‘질서 유지’ 역할을 해온 점을 지적하며 연대·협력뿐만 아니라 새로운 질서에 대한 책임도 나눠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오랫동안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며 국제질서 유지 비용을 부담해 온 것을 설명하고 “지금까지 미국이 치러왔던 질서 유지 비용을 앞으로 누가 부담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견국 가운데 어느 한 나라가 그 역할을 맡을 것인지, 여러 국가가 비용을 나눠 부담할 것인지, 아니면 비용을 지불하고 미국이 계속 그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미국은 질서를 유지할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예전처럼 비용을 부담하려는 의지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연대와 협력도 중요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누가 질서 유지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