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개최됐다. 렉슨 류 더 아시아 그룹(TAG) 사장이 ‘자강의 시대 : 변화하는 글로벌 안보·방위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류 사장은 한국이 국제 질서에서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전통적인 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확장된 시각을 견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안보는 영토와 국경, 국민, 군인, 함정, 미사일 동맹을 통해 방어하는 능력으로 이해됐지만 이제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앞으로 안보는 한 국가가 혁신하고 생산하며 보호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 위기가 왔을 때 함께할 파트너십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한국이 가진 인공지능(AI) 등 산업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모든 세상의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으며 반도체에서 전력망, 미래의 일상과 규범에 이르기까지 전 범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AI의 모든 모델은 (반도체) 메모리 위에서 작동하는데 한국은 그 계층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다”고 짚었다.
조선 및 방산 산업에서도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류 사장은 “전 세계 조선 능력의 50%는 중국, 30%는 한국이 차지하는 반면 미국은 1%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국력이 취약하다”며 “폴란드가 한국을 미국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평가할 정도로 한국은 방위 산업에서도 이미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류 사장은 한국이 가진 산업 인프라를 토대로 다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핵심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한 국가가 돼 안보·방위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단순히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규범을 만들고 새로운 안보·경제 시대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세계 규칙을 써나가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의 동맹 전략에서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관계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류 사장은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이 아니다”며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로 거듭나고 있고, 지분에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관계의 다음 장은 분담이 아니라 파트너십으로 정의돼야 한다”며 “동맹은 미래의 패권을 결정할 핵심 분야에서 공동 리더십을 발휘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 사장은 글로벌 안보 전략에서 국내 산업계와의 전략 합치도 소홀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국내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안보·방위 전략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국가 경쟁력을 주도하는 핵심 주체로 국가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며 “수출 통제, 투자 심사, 제품 경쟁력 만큼이나 중요한 전략 요소가 된 만큼 민관 협력이 더욱 긴밀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사장은 “궁극적으로 누가 새로운 세계를 설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서 한국이 설계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게 핵심”이라며 “한국의 역량과 비전을 결합해 지정학적 전략을 구체화하고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