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 앞서 단체 사진 촬영을 마친 뒤 걸어가고 있다. (사진=AFP)
그는 전날 공개된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에 과세하지 말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한다면 프랑스에서 나오는 모든 샴페인과 와인에 100%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프랑스 와인 수출의 약 5분의 1, 연간 20억달러(약 3조270억원) 규모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관세 전선은 프랑스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지난해 여름 맺은 합의를 위반했다며 EU산 자동차 관세를 올리겠다고 했고, 미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노동 우려를 이유로 일본·중국·인도산 모든 제품에 12.5%부터 시작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 관세는 다음 달 10% 임시 수입세가 만료된 뒤 발효될 전망이다. 와인·샴페인 위협은 EU 전체의 보복으로 번질 위험도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세가 도입된 2019년부터 비슷한 위협을 반복해 왔지만, 여러 이유로 실제 부과까지 이어진 적은 없다.
백악관은 이란 합의와 관세 위협을 연결 짓는 시각을 부인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방향 전환이 아니다. 대통령은 자신이 분명히 입장을 밝혀온 사안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다만 새 관세는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시점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대규모 관세를 도입하면서 기업 활동과 고용이 한때 얼어붙었고, 관세 상당수는 이후 연방대법원에서 무효화됐다. 고용은 회복세로 돌아서 최근 3개월 월평균 18만8000개의 일자리가 늘며 1만개에도 못 미쳤던 지난해와 대비됐다.
그러나 전쟁 전 2.4%였던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4.2%로 3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분의 60%를 차지했다. 식품·에너지를 뺀 근원물가가 월 0.2%, 5월 2.9%에 그친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빠르게 ‘백미러 속’으로 넘기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며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초기 합의에 서명하고 60일간의 휴전·협상 국면에 들어갈 예정이다.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 제한도 해제하기로 했다.
합의의 구체적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JD 밴스 부통령조차 “매우 일반적인 문서”라며 세부 내용이 거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미국 안에서는 비공개 합의에 이란이 받아들일 만한 ‘당근’이 담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란 측은 약 240억달러(약 36조3000억원)로 알려진 동결 자산 가운데 절반을 본협상 전에 먼저 돌려받게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휴전과 함께 이란이 재건에 나설 수 있으며 큰돈을 벌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공화당 일각에서는 불안한 기류도 감지된다. 핵심 쟁점인 이란의 농축 우라늄 문제가 60일 협상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농축 우라늄 재고 처리와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대리전 등 난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레바논에서만 3600명 넘게 숨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매듭짓고 관세·통상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행보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CNN은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