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MOU에 美 보수 강경파 반발…"이란에 항복하는 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3:52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둘러싼 미 보수 강경파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지지해왔지만, 이번 합의에 대해선 이란에 과도한 경제적 혜택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이란이 군사 역량을 재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합의가 이뤄질 경우 미국이 이란에 항복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보수 강경파들은 이번 합의가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못한 채 경제적 숨통만 틔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 외신들은 오는 19일 이란이 미국과 종전 MOU에 공식 서명하는 즉시 석유를 자유롭게 수출·판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MOU 체결 후 60일간 진행될 후속 협상을 거쳐 핵 합의가 최종 타결되고 관련 조치가 이행되면, 이란은 보다 광범위한 제재 해제와 동결 자산 사용, 대규모 재건 투자 유치 등의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미 보수 진영에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금이 해제될 경우 이란이 미사일 전력과 군사 역량을 재건하는 데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쟁 기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공식 자문을 제공한 잭 킨 전 미 육군 대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행정부에서 나오는 일부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합의문 공개를 요구했다. 그는 “이란 측 설명대로라면 끔찍한 협정”이라며 “실제 내용을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 역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행정부에 합의문과 관련 브리핑을 요청했다”며 의회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법에 따라 의회는 이란 핵 협정을 심사하고 표결할 권한을 갖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판 진화에 나섰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란이 협정 조건을 이행할 경우에만 동결 자산에 접근할 수 있으며,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이 선결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협정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연이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은 행동을 바꾸기 전까지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며 “재건기금 역시 미국이 아닌 걸프 지역 국가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논객 벤 샤피로는 “전쟁 초기 트럼프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번 협정에 실망할 수 있다”며 “농구 경기 전반전을 이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경기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 라디오 진행자 에릭 에릭슨은 이번 협정을 “미국의 항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군사적으로는 이란을 제압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오히려 양보하고 있다”며 “이란이 결국 더 대담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강경파들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초기 내세웠던 목표와 실제 협상 결과 사이의 괴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을 굴복시키고 핵 위협을 제거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비판론자들은 이번 합의가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끌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이번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협상을 주도한 밴스 부통령의 정치적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주 스위스를 방문해 최종 협정 서명에 참여할 예정이다. 샤피로는 “미국 국민은 전쟁을 좋아하지 않지만 패배는 더욱 싫어한다”며 “만약 이번 합의가 미국의 패배로 인식된다면 이를 중재한 밴스 부통령 역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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