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금리 동결 자체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함께 공개된 경제전망요약(SEP)과 점도표는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인 내용을 담았다. 점도표에 따르면 9명의 위원이 올해 최소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고, 이 가운데 6명은 두 차례 이상의 인상을 전망했다. 반면 나머지 9명은 금리 동결 또는 인하를 예상했다. 연준 내부가 향후 정책 방향을 놓고 사실상 양분된 셈이다.
연준이 제시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3.8%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인 3.625%(중간값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연초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 시나리오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기존 점도표에 반영됐던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은 사실상 사라졌고,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이 정책 선택지로 부상했다.
이번 점도표에는 참석자 19명 가운데 18명만 금리 전망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도표는 익명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누구의 전망이 빠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평소 점도표와 선제적 정책 가이던스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워시 의장이 전망 제출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7만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실업률은 4.3%를 유지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도 4월 기준 3.8%를 기록하며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역시 5월 들어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 확대가 물가 압력을 높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연준은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3.6%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2.7%에서 3.3%로 높였다.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2.2%로 소폭 낮췄다. 실업률 전망치는 오히려 4.4%에서 4.3%로 하향 조정하며 노동시장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공개된 FOMC 성명서는 이전보다 대폭 간소화됐다. 성명서 분량은 130단어로 지난 4월 회의 당시 341단어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연준은 “경제활동은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조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며 생산성과 자본투자 증가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위원회의 2% 목표를 웃돌고 있다”며 “연준은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전 성명서에 담겼던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완화 편향 문구가 삭제된 점도 눈에 띈다. 시장에서는 성명서의 대폭 축소와 문구 변경이 워시 의장이 예고해온 연준의 소통 방식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관심은 이제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으로 쏠리고 있다. 워시는 인플레이션 재가속에 대응할 신뢰성 있는 정책 메시지를 제시해야 하는 동시에 금리 인하를 선호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예비 평화합의가 체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합의가 실제 이행될 경우 에너지 가격 압력이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도 다시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역시 현재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부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