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17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금리 동결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으며 표결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함께 공개된 경제전망요약(SEP)과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에 집중됐다. 특히 이번 점도표는 지난해 시작된 금리인하 국면이 사실상 종료되고 연준이 다시 긴축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자료로 평가됐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날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이번 점도표에서는 전체 19명의 정책결정자 가운데 워시 의장을 제외한 18명의 전망만 반영됐다. 이 가운데 9명은 올해 말까지 최소 한 차례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 중 6명은 두 차례 이상의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반면 금리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단 1명에 그쳤다.
이는 불과 석 달 전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다. 지난 3월 점도표에서는 12명의 위원이 연내 금리인하를 예상했고 금리인상을 전망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연준 내부의 무게중심이 인하에서 동결을 거쳐 인상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도 이를 반영했다. 2026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3.8%로 제시됐다. 현재 기준금리 상단인 3.75%보다 높은 수준으로, 연준이 향후 금리를 내리기보다 올릴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점도표의 매파적 변화는 워시 의장의 개인 전망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시 의장은 자신의 금리 전망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18명의 위원 가운데 절반이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이는 연준 내부 전반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사실상 인하 기조를 철회하고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넘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저금리 성향 인사로 평가받던 워시를 의장으로 지명했음에도 정작 워시 체제 첫 FOMC에서 나온 메시지는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의 정책 기조 변화는 성명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기존에 남아 있던 완화 편향적 표현을 사실상 모두 제거했다. 대신 “위원회는 물가안정을 달성할 것(The Committee will deliver price stability)”이라는 문구를 새롭게 삽입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경기 둔화 위험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겠다는 연준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연준이 정책 방향을 바꾼 배경에는 예상보다 뜨거운 미국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연초만 해도 연준 내부에서는 노동시장 둔화와 성장세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경제는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했고, 인공지능(AI) 투자 붐은 미국 경제에 새로운 수요 충격을 만들어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AI 관련 설비 투자 증가가 성장률을 끌어올렸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급등은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를 떠받쳤다.
한때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낮출 것으로 기대됐던 AI가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충격, 이란 전쟁 등 반복된 공급 충격을 겪으면서 물가가 자연스럽게 2% 목표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존 가정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또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는 동안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해 통화정책이 사실상 완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추가 긴축론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워시 의장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통해 연준의 운영체계 자체를 손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대차대조표, 경제 데이터 활용, 생산성·고용 및 AI의 영향, 물가목표 체계 등을 검토할 5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워시 의장은 “각 태스크포스는 연준이 사명에 충실하고 목적에 부합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이 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연준 시스템 전체가 공유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TF들은 향후 수주 내 활동을 시작해 대부분 올해 말까지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대차대조표 TF에 쏠렸다. 워시 의장은 해당 TF가 “현재의 풍부한 지급준비금 체제의 장점과 위험, 그리고 대차대조표 구성의 적절성을 검토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이 금리 수단에서 나오고 있는지, 아니면 대차대조표 수단에서 나오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워시 의장이 오랫동안 비판해 온 연준의 비대해진 자산 규모를 정조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연준의 자산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약 800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양적완화(QE)를 반복하면서 2022년 6월에는 8조9000억달러까지 급증했다. 이후 양적긴축(QT)을 통해 일부 축소됐지만 현재도 6조70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연준은 지난해 말 양적긴축을 사실상 중단한 뒤 지급준비금 확보를 위해 다시 단기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매입한 단기 국채 규모는 2840억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워시 체제의 연준이 장기적으로는 대차대조표 축소와 정상화 논의를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자신의 금리 전망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위원들이 전망을 제출하는 관행은 유지하도록 권장했지만 나는 현재 구조의 SEP에 대한 오랜 견해에 따라 전망 제출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과거부터 점도표가 연준의 정책 유연성을 제약하고 시장의 과도한 해석을 유발한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워시 의장은 “이번 성명은 조금 더 짧고 단순해졌으며 오래된 일부 문구를 제거했다”며 “가능한 한 사실만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특히 “포워드 가이던스는 현재 정책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암시하는 기존 연준의 소통 방식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물가 목표와 관련해서는 기존 2% 목표를 재확인했다. 그는 “2%는 연준의 오랜 목표”라며 “2% 물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재확립하기 전까지 이를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소수점 왼쪽의 숫자 2가 아니라 오른쪽 숫자를 0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물가안정을 달성하겠다는 연준의 의지는 강력하고 만장일치이며 분명하다”며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이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고 이제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내부 의사결정 방식과 관련해서는 “좋은 가족싸움(family fight)을 원한다”며 다양한 의견 충돌을 장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일부 권고안에는 동의하고 일부에는 반대할 수 있지만 그런 논쟁이 연준 내부 논의를 더욱 강하고 생산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년물 국채금리 13bp↑…“금리인상 예고장”
예상보다 강한 연준의 매파적 기조 전환에 뉴욕증시는 하락세를 보였고, 국채시장은 사실상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13bp(1bp=0.01%포인트) 급등한 4.176%를 기록 중이다. 미국 정부의 장기 차입 비용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4bp 오른 4.467%를 나타냈다. 반면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하며 장단기 금리차는 다시 축소됐다. 시장은 점도표에서 9명의 위원이 연내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성명에서 완화 편향적 문구가 삭제된 점은 연준이 더 이상 금리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를 사실상 ‘금리인상 예고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워시 의장이 점도표 제출을 거부하면서도 물가안정 의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와 대차대조표 재검토를 공식화하면서 투자자들은 새 연준 체제가 이전보다 훨씬 물가 중심적이고 매파적인 성향을 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B웰스의 지나 마틴 애덤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금리는 동결됐지만 점도표와 투표 결과, 성명 문구 변화가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며 “중동 평화 합의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연준은 물가 여건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이자 글로벌 채권운용 책임자인 밥 미셸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위원 절반이 올해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을 향한 상당한 경고 신호(shot across the bow)”라며 “연준은 금리인상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 내부에서는 올해 말까지 물가가 충분히 둔화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의는 월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매파적이었다”고 진단했다.
미셸은 또 “연준은 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 당시의 경험에 상처를 입은(scared) 상태”라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다시 금리를 올리는 상황과 채권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며 기존 입장을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