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98% 하락한 5만1492.55를 기록했다. 장중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3거래일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FOMC 결과 발표 이후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1% 빠진 7420.10을 기록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1.35% 내린 2만6021.66에 거래를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3.9%), 메타(-5.5%), 알파벳(-2.6%), 아마존(-3.5%) 등 대형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메타는 주요 빅테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주 상장 이후 강세를 이어오던 스페이스X도 4.9% 하락하며 상장 후 처음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인텔(3.5%)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2.1%) 등 일부 반도체주는 상승하며 시장 낙폭을 일부 제한했다.
특히 시장은 연준이 이란 전쟁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다. 워시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price stability)”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데다 점도표에서도 금리 인상 전망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거래장에서 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네 번째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AFP)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지난해 말 이후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하지만 함께 발표된 경제전망요약(SEP)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이었다.
위원들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3.8%로 제시됐다. 지난 3월 전망치인 3.4%보다 0.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보는 시각이 크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9명의 위원이 올해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고, 이 가운데 6명은 두 차례 이상의 인상을 전망했다. 반면 나머지 9명은 금리 동결 또는 인하를 예상했다. 위원회가 사실상 둘로 갈라졌지만 시장은 인상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워시 의장의 점도표 미제출이었다. 그는 과거부터 점도표와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책 결정의 유연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해왔다. 이번에도 자신의 금리 전망을 제출하지 않았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날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이번 회의는 워시 의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FOMC였지만 정책 기조 자체는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 성장을 “견조하다(solid)”고 평가했고 생산성 증가와 기업 설비투자 역시 강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정책 초점은 노동시장보다 인플레이션으로 이동한 모습이었다. 실제 이번 회의는 연준이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회의였지만 성명서와 경제전망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한층 강해졌다는 점이 확인됐다.
브렛 켄웰 이토로(eToro)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높은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연준의 전망은 정책 당국자들이 투자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래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형 기술주 중심의 성장주가 금리 급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나스닥지수는 주요 3대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16bp(1bp=0.01%포인트) 급등한 4.21%를 기록했다. 이는 2025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리선물 시장은 FOMC 결과 발표 이후 오는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크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워시 의장이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을 점쳤지만, 이제는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고려하기 시작한 셈이다.
클라우디아 샴 뉴센추리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가장 큰 반응은 점도표가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으로 나온 데 따른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전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선물시장에서는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75%가량 반영하고 있다. (그래픽=페드워치)
달러 강세는 올해 들어 이어졌던 약세 흐름을 되돌리는 신호로도 해석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이달 초 기준 278억달러 규모의 달러 강세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2025년 2월 이후 최대 규모다.
엘리아스 하다드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 글로벌 시장전략 책임자는 “이번 정책 결정은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라며 “수정된 경제전망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칼 샤모타 코페이(Corpay) 수석 시장전략가는 “워시 의장의 첫 회의에서 연준은 정책 반응 함수가 극적으로 매파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했다”며 “달러가 주요 경쟁 통화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FOMC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금리 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워시 의장이 연준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달러인덱스 추이 (그래픽=마켓워치)
워시 의장은 이날 약 6조7000억달러 규모의 연준 대차대조표 운영 방안을 재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이 기준금리 수단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지, 아니면 대차대조표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발표한 소통 전략 TF, 데이터 활용 TF, 생산성 및 고용 TF 등과 함께 연준 운영 체계 전반을 재검토하는 작업의 일부다. 워시는 취임 직후부터 연준이 지나치게 많은 신호를 시장에 제공해 정책 유연성을 잃었다고 비판해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연준의 정책 결정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특히 점도표와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 대차대조표 역할 재검토, 경제지표 활용 방식 개편 등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향후 연준의 의사소통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월가에서는 연준의 매파적 전환에도 실제 금리 인상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중동 긴장이 완화되고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케이 헤이그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채권·현금부문 공동 책임자는 “최근 유가가 하락했음에도 FOMC 위원의 절반이 올해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은 노동시장과 물가 지표가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라면서도 “기본 시나리오는 여전히 금리 동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추가 인상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그 폭은 매우 좁아졌다”며 향후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스콧 헬프스타인 글로벌X ETF 투자전략 책임자는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지만 중동 지역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향후 몇 달간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엘런 젠트너 모건스탠리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명서는 매파적이었지만 연준의 다음 조치는 여전히 금리 인하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둔화돼 연준이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매캔 에드워드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중동 긴장 완화와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낮추고 있어 올해 금리 동결이 기본 시나리오”라면서도 “이번 회의 이후 금리 인상의 문턱은 분명히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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