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도 나눠 담아라[글로벌 view]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8일, 오후 07:29

[맨프리 길 SC그룹 아프리카 중동 유럽 최고투자전략가(CIO)] 과연 완벽한 헤지 수단이 존재할까.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포트폴리오 내 변동성이 큰 자산 군의 위험을 완화해 줄 안정적인 자산을 찾아왔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은 ‘금’이다. 금은 오랜 기간 세계 곳곳에서 경제적, 문화적 기반 속에 뿌리내리며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에 직면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안전자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금융시장에는 금 이외에도 다양한 대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량 채권은 주식시장의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해왔고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 같은 안전 통화도 비슷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방어를 위한 만능 해법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안전자산을 분산해 함께 보유하는 ‘바스켓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개별 안전자산이 투자자의 절대적 신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한계를 드러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22년은 여러 측면에서 안전자산의 신화가 벗겨진 해였다. 미국 연준이 수십 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을 시작하자 주식과 채권은 동시에 하락했다. 이는 수십 년간 분산투자 전략의 근간이었던 주식과 채권 간 ‘음의 상관관계’가 무너진 이례적인 사례였다. 비록 단 1년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채권이 주식과의 음의 상관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사실은 채권의 분산투자 기능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돌이켜보면 2022년은 인플레이션이 변동성의 원인이 되는 환경에서 안전 자산이라 여겨지던 우량 채권이 더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문제는 채권시장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안전자산 통화 역시 여러 상황에서 기대만큼의 방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2년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일본은행은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유지했다. 그 결과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 강세를 보이기는커녕 달러당 150엔을 넘어서는 약세를 보이며 30여 년만의 최저 수준까지 통화 가치가 떨어졌다. 스위스 프랑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15년 1월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유로화 대비 환율 하한선을 전격 폐기했고 이후 스위스 프랑은 급격히 급등했다. 물론 스위스 프랑 자체는 강세를 보였지만 유로 대 스위스 프랑 환율에서 나타난 변동성이 워낙 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안전자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역사는 완벽한 안전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채권, 금, 안전자산 통화라는 세 가지 자산군을 함께 보유한다면 다음 경제 위기가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하려 애쓸 필요 없이 포트폴리오 전체에 복합적 방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시장을 평가할 때는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금의 변동성이 금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철회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금은 다양한 위험 시나리오에서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적인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50~60여 년 동안 금은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부각될 때 오히려 우수한 성과를 보여왔다. 따라서 단기 변동성이 다소 높아졌더라도 금은 여전히 안전자산 바스켓의 한 축을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더욱 중요한 점은 오늘날 금의 투자 매력이 과거 경기순환 국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금 투자 논리가 더욱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중앙은행의 구조적 수요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보유 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금 매입 추세가 가까운 시일 내에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금, 채권, 안전자산 통화는 각각 나름 고유한 취약성을 분명히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동시에 동일한 규모로 하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진정한 포트폴리오 회복 탄력성은 여러 안전자산을 결합한 분산된 접근법에서 나온다. 즉, 하나의 방어막이 흔들릴 때 다른 축이 이를 지탱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맨프리 길 SC그룹 아프리카 중동 유럽 최고투자전략가(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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