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반도체 훈풍에 나스닥 1.9%↑…워시發 금리인상 베팅 확대[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9일, 오전 05:3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에 따른 유가 하락과 반도체주 급등에 힘입어 하루 만에 반등했다. 전날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메시지로 급락했던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쳤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조기 금리 인상 기대가 오히려 확대되며 워시 체제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4% 오른 5만1562.7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8% 상승한 7500.58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91% 뛴 2만6517.93에 마감했다.

전날 주요 지수가 일제히 1% 넘게 하락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당시 시장은 워시 의장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인상 쪽으로 급격히 이동한 점을 매파적 신호로 해석하며 위험자산을 대거 매도했다.

◇호르무즈 재개방에 유가 급락…인플레 우려 낮아져

하지만 이날 시장은 중동 정세 안정과 유가 하락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체결한 휴전을 60일 연장하는 임시 합의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전쟁 이후 사실상 마비됐던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재개됐고 미국은 봉쇄 종료를 선언했다. 양국은 향후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석유가 흐르고 있다(Oil is flowing)”고 적으며 원유 공급 정상화를 강조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전쟁 기간 시장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시달렸다. 실제로 전쟁 발발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비료 등의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확대됐다.

그러나 이날 첫 선박들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유가는 장중 3월 초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이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언 린젠 BMO캐피털마켓 전략가는 “페르시아만 원유 공급 정상화가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에너지 비용 하락은 향후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하고 장기 국채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급등세를 일부 되돌리며 장중 4.44% 수준까지 하락했다.

유가 하락은 워시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커졌던 긴축 우려를 일정 부분 상쇄했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대신 현재 정책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인텔·엔비디아 질주…반도체주가 반등 견인

유가가 안정화되면서 반도체주도 다시 랠리를 펼치고 있다. 반도체 업종 상장지수펀드(ETF)인 SOX는 6.4% 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텔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과 협력해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설계·생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10.8%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3.1% 올랐고 마이크론은 8.8% 상승했다.

로버트 콘조 웰스얼라이언스 최고경영자(CEO)는 “AI 인프라 확대와 AI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으로 기업 간 협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애플과 인텔 협력은 향후 더 많은 협력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반면 액센추어는 연간 매출 전망 상단을 낮추면서 17.97% 급락했다. 경쟁사인 IBM(-5.1%)과 가트너(-4.6%), 코그니전트(-10.5%)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지난주 상장한 스페이스X(-3.6%) 역시 상장 직후 급등세가 진정되며 이틀 연속 하락했다.

◇채권시장은 여전히 “워시를 믿는다”

주식시장이 안도 랠리를 펼쳤지만 채권시장은 여전히 워시 체제의 긴축 기조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로 되돌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자신의 금리 전망 제출을 거부한 데 이어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사전 안내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여기에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연준 위원 18명 가운데 절반인 9명이 내년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올해 초만 해도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했던 것과 비교하면 연준 내부 분위기가 급격히 매파적으로 이동한 셈이다.

채권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 선물 거래량은 하루 50만 계약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 20거래일 평균의 약 4배 규모다.

특히 8월 만기 FF선물 미결제약정은 하루 만에 6만7000계약 증가했다. 이는 전체 미결제약정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로, 투자자들이 7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거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스와프 시장 역시 장중 7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을 약 50% 수준까지 반영하기도 했다. 일부 시장에서는 9월 인상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10월까지 최소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불과 FOMC 회의 직전만 해도 시장은 첫 금리 인상 시점을 12월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GSAM)의 케이 헤이 글로벌 채권·유동성솔루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워시 의장의 메시지를 “명백히 매파적(unambiguously hawkish)”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2년물 구간에서 훨씬 더 큰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포워드가이던스를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정책에 민감한 단기채 금리는 경제지표 발표 때마다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준 정책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13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2025년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연준 회의 당일 기준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상승폭 가운데 하나다.

반면 장기채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2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헤이 CIO는 워시 의장이 2% 물가 목표 달성을 강하게 약속한 데다 경제 전망과 정책 집행 방식을 재검토하기 위해 5개의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점도 장기채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 운영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려는 시도는 장기물 구간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며 “장기 국채를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워시 체제 아래에서 국채시장이 ‘단기물 불안·장기물 안정’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美경제지표 양호....관심은 7월 FOMC로

토니 웰치 시그니처FD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전날 워시 의장의 물가 안정 발언에 충격을 받았지만 유가 하락과 견조한 기업 실적, 양호한 경제지표를 고려하면 전체적인 투자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감소세를 보이며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상태임을 시사했다.

BNP파리바는 “정책결정자들의 시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제 7월을 포함해 모든 회의가 정책 변경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가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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