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에 뚫린 모스크바…푸틴, 협상이냐 확전이냐 갈림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19일, 오후 03:40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해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핵심 생활권까지 전쟁터로 바뀔 판이 되자, 전쟁에 대한 불만을 표면화하는 분위기다. 악화한 여론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이후 발생한 정유시설 폭발 장면.(사진=소셜미디어 캡처·로이터)
1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이 모스크바 방공망을 뚫고 크렘린궁에서 불과 15㎞ 떨어진 정유시설을 타격해 폭발이 발생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당시 영상에는 정유공장으로 접근하는 드론을 향해 지상 발사체가 발사되는 장면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대형 폭발이 발생하면서 연료 저장탱크 지붕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모습도 확인됐다.

모스크바시 당국 발표에 따르면 이날 새벽 모스크바로 향하던 우크라이나 드론 194대 이상을 격추했으며, 드론 잔해가 모스크바 전역에 떨어지면서 최소 17명이 부상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모스크바뿐 아니라 러시아 전역을 겨냥한 대규모 공세의 일부였다”며 총 1000대에 가까운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공격 여파로 모스크바 주요 공항들은 항공편 운항도 일시 중단했다.

특히 모스크바를 겨냥한 대규모 드론 공격은 4년 넘게 이어진 전쟁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전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난 수개월간 모스크바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수십 대 수준에 불과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이 푸틴의 종전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가 불길에 휩싸인다면 모스크바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며 “이제는 침략을 끝내고 전쟁을 종식할 때”라고 강조했다.

모스크바 시민들도 동요하고 있다다. 러시아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폭발 영상을 대거 공유하면서 전쟁에 대한 불만과 체제 불안정성을 점차 표면화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정유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나탈리아 클리모바는 “냄새가 너무 심해 창문을 닫았지만 집 안에서도 숨쉬기 어렵다”며 “솔직히 매우 두렵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자동차와 창틀 위에 검은 그을음이 섞인 빗방울이 떨어진 사진들이 올라왔다.

2023년 5월부터 크렘린궁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의 드론이 연속적으로 날아들며 정유시설을 타격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 공격은 크렘린궁이 전쟁을 통제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도 전쟁에 대한 불만을 더는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인정했고, 영토 확보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시인했다. 이는 전쟁 이후 처음으로 현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가장 큰 압박을 받는 지점이 전선이 아니라 국내 여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CNN은 “이번 전쟁은 푸틴의 정치적 유산과 직결돼 있다”며 “그가 현재의 어려움을 일시적 후퇴로 판단하고 군사적 해법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모스크바는 이제 약점을 인정하면서도 강한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푸틴 체제에서 그 판단은 결국 푸틴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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