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되고 있는 방식은 이렇다. 자금을 보관 중인 카타르 측이, 이란 중앙은행이 발주하는 식품·의약품 등 인도주의 물품 대금 결제에 한해 자금 사용을 허용해주는 형태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날 미국의 동결 해제 방침을 먼저 보도했는데, 이번 WSJ 보도는 그 후속으로 미국과 카타르 간 실제 협의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전한 것이다.
이 60억달러는 본래 이란산 원유를 판매한 대금으로, 처음에는 한국에 동결돼 있었다. 그러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2023년 9월 이란과 수감자를 맞교환하기로 하면서 카타르 도하의 계좌로 옮겨졌다.
카타르를 거쳐 자금이 쓰이게 되면 이란이 실제로 무엇을 구매하는지 미국이 들여다보기가 한결 쉬워진다. 동시에 이런 구조는 미국 입장에서 향후 협상 카드로도 쓸 수 있다 ? 이란이 협상에 협조적이지 않으면 자금 흐름을 다시 조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이란은 아직 이 같은 방식에 동의한 상태는 아니다.
이 카타르 방안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앞으로 두 달간 진행될 미국·이란 핵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꺼낼 여러 카드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런던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 담당 국장은 자산 해제가 비록 제한적이더라도 이란 경제에는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가 있고, 동시에 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정치적 신호로도 읽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것이 이란이 통화 안정과 내수 경제의 압박을 덜기 위해 워싱턴과의 관계에서 얻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실질적 카드 중 하나라고도 덧붙였다.
종전 합의문 11조를 보면, 최종 협상이 진전되는 정도에 맞춰 미국이 이란의 동결 자산을 “완전히(fully) 이용 가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한 미 당국자는 이번 주 이란이 협상에 생산적인 태도로 임하는 한 자금은 계속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종전 합의의 경제적 보상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자리하고 있다. 합의에 비판적인 쪽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서 별다른 양보를 하기도 전에 막대한 보상부터 챙기게 됐다고 비판한다. 반면 합의를 지지하는 쪽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어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이고 추가 무력 충돌도 막는 한편, 이란이 미국의 요구사항에서 실제 진전을 보일 때까지는 경제적 혜택을 단계적으로만 풀어주는 구조라고 맞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