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수출금지 자초?…"AI 위험 경고, 오픈AI의 8배 달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1일, 오후 07:1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이 올해 경쟁사인 오픈AI보다 AI의 위험성을 8배 자주 경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판론자들 사이에서는 앤스로픽 스스로 미국 정부의 수출금지 조처를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앤스로픽과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의 올해 공식 성명·소셜미디어(SNS) 게시물·기고문 등을 분석한 결과, 단어 1000개당 위험·규제·제한 관련 단어가 5개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오픈AI와 샘 올트먼 CEO의 경우 1000개당 0.6개로 8배나 적었다. 구체적으로는 앤스로픽이 ‘위험’을 336회, ‘안전장치’를 121회, ‘취약성’을 128회 각각 언급한 반면 오픈AI는 30·33·10회씩에 그쳤다.

이 비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2일 외국인의 앤스로픽 최신 모델 ‘미토스’와 ‘페이블’ 사용을 금지하면서다. 일부 기술 전문가들은 기업가치 9650억달러(약 1479조원)에 달하는 이 회사가 AI 위험성을 반복적으로 경고해온 것, 특히 미토스와 관련한 경고가 수출금지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메타의 전 수석 AI 과학자이자 AI 분야 개척자인 얀 르쿤은 미 정부의 사용 금지 조치 직후 SNS를 통해 “아모데이 CEO의 터무니없는 공포 조장이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라며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올트먼 CEO도 지난 4월 한 팟캐스트에서 미토스를 두고 “‘우리는 폭탄을 만들었고 곧 당신 머리 위에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 대단한 마케팅”이라고 비꼬았다.

이번 사안은 유럽과 실리콘밸리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외 지역의 첨단 AI 모델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AI 모델을 어떻게 관리할지 보여주는 초기 시험대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분쟁이 주요7개국(G7)에 위험성을 분명히 했다며 더 강력한 AI 규제와 함께 “민주주의 국가 간 비협력”의 위험을 경고했다.

앤스로픽은 오랫동안 ‘AI 업계의 양심’을 자처하며 기술의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고 정부 개입을 촉구해왔다. 아모데이 CEO는 수출금지 이틀 전인 지난 10일에도 개인 블로그에 규제 당국이 AI 대응에 너무 더디다고 주장하며 “미토스는 사이버 보안에 매우 실질적인 위험을 드러냈고, 금융 부문과 핵심 인프라, 국가 안보를 교란할 잠재력을 만들어냈다”고 적었다. 다만 FT는 앤스로픽의 위험·규제 관련 표현이 AI 도구가 인기를 끌면서 2023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오픈AI보다는 덜하다는 주장이다.

정부와의 협의 과정을 둘러싼 비판도 나온다. 데이비드 색스 전 백악관 AI 차르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페이블에 걸린 안전장치를 우회할 방법을 들고 행정부에 접근했는데, 앤스로픽이 이 우려를 가볍게 넘겨 정부가 마지못해 금지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출금지는 앤스로픽 기술의 국내 감시·자율살상무기 활용 등을 놓고 회사와 정부 고위 인사들이 공개 충돌해온 가운데 나왔다. 지난 2월에는 미 국방부가 앤스로픽을 국가안보상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고, 양측은 이를 두고 소송 중이다. 앤스로픽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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