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사진=AFP)
◇10년 끌어온 소송…1996년 합의가 핵심
이번 소송은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 3명, IRS 수장 12명을 거치며 10여년간 이어져 왔다. 다투는 대상은 2007~2009년 세무신고이지만, 핵심 쟁점은 1996년 코카콜라와 IRS가 맺은 국경 간 내부 거래 관련 합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카콜라는 브랜드·상표권·제조 비법 등 지식재산권(IP)을 그룹 내부에서 국경 너머로 옮기거나 라이선스로 제공해 왔다. 이때 적용하는 내부 거래 가격에 따라 해외 자회사의 이익 규모가 달라진다. 1996년 합의로 정해진 이른바 ‘10-50-50’ 방식에 따라 브라질·코스타리카·아일랜드·멕시코 등의 해외 농축액 생산거점은 총매출의 10%에 더해 남은 이익의 50%를 가져갔고, 이 구조 아래 해당 거점들은 높은 수익성을 누려왔다.
미국 조세법원의 앨버트 라우버 판사는 이런 거래 조건이 부적절하게 설계돼 본래 모회사에 남아야 할 이익이 해외로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단순한 위탁 생산에 불과한 공급거점들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식음료 기업이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IRS는 1996년 합의가 이후 연도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설사 적용된다 해도 가산세 면제 효력만 있었을 뿐 전반적인 면세 혜택을 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코카콜라는 IRS가 오랫동안 인정해 온 방식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며, 해외 자회사들이 현지 시장을 키우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만큼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이익이라고 반박한다.
코카콜라 측 변론은 그레고리 개리 전 미국 법무부 송무차관(Solicitor General)이 맡는다. 항소법원 판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고, 일부 쟁점은 조세법원으로 환송될 가능성도 있다. 패소한 쪽은 제11연방순회항소법원 전원합의체 재심을 요청하거나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지난 2월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체험 공간 '더 피크(The Peak)' 입구에 코카콜라 로고가 설치돼 있다. '더 피크'는 코카콜라가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마련한 몰입형 체험 공간이다. (사진=로이터)
코카콜라는 2020년 패소 이후 세금과 이자로 60억달러(약 9조1860억원)를 이미 납부했다. 승소하면 이자를 더해 돌려받지만, 패소 시 추가로 물어야 할 140억달러는 지난 4월 3일 기준 코카콜라의 보유 현금을 웃도는 규모여서 차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 올해 실효세율도 3.8%포인트 오르는데, 회사 측은 1분기에만 그 비용이 4억5000만달러(약 6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비교적 차분하다.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논의는 체리맛 신제품, 월드컵 마케팅, 아시아·태평양 성장 전략에 집중됐다. HSBC의 카를로스 라보이 애널리스트는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설비투자와 배당은 안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카콜라 역시 승소를 자신해 200억달러 중 5억2000만달러(약 8000억원)에 대해서만 회계상 비용을 반영했고, 환급에 따른 이자수익까지 미리 장부에 반영해뒀다.
다만 세무 전문 컨설팅업체 KBKG의 알렉스 마틴은 시각이 다르다. 그는 최근 코카콜라 경영진이 ‘승소 자신감’보다 “패소해도 충분한 현금과 유동성으로 64년 연속 증가해온 배당을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로 전환했다고 짚으며 “애널리스트들이 이 사안의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다국적기업에도 영향 미칠까
IRS는 메타플랫폼스, 암젠 등을 상대로도 비슷한 국경 간 거래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이번 판결은 다른 다국적기업들의 국경 간 거래 구조와 해외 이익 배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대 회계법인 중 코카콜라 감사를 맡은 언스트영(EY)을 제외한 3곳과 미국상공회의소,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가 코카콜라에 우호적인 의견서를 낸 것도 이런 파급력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관건은 25일 구두변론 이후 나올 판결의 방향과 시점이다. 항소법원이 코카콜라 손을 들어주면 기술·제약 업계 등 해외에 IP를 이전해온 다국적기업들은 한숨을 돌리게 된다. 반대로 IRS가 다시 승소하면 미국 정부는 다른 기업들의 국경 간 거래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진다. 판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만큼, 패소 측의 상고 여부와 그에 따른 법적 공방의 장기화 가능성도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