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전국적인 연료 가격 위기 속에서 나이로비(케냐)에 있는 스피로(Spiro) 제조 센터의 조립 라인에서 노동자들이 전기 오토바이를 조립하고 있다. 스피로는 오토바이와 배터리 교체(battery-swapping) 인프라를 전문으로 하는 아프리카 최대 전기차(EV) 기업이다. 올해 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으킨 중동 전쟁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친환경 차량 보급을 촉진하는 뜻밖의 결과를 낳았으며, 특히 케냐처럼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서 두드러졌다.(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 버스가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기 전부터 아프리카는 전기차 이용률이 확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름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보급률은 더욱 확대됐다.
런던에 본사를 둔 아프리카 지역 핀테크 플랫폼 M-Kopa에서 전기차 대출을 담당하는 브라이언 은자오에 따르면, 전쟁 이후 오토바이 택시의 일일 평균 휘발유 비용은 4.20달러에서 5.10달러로 20% 이상 상승했다. 은자오는 “전기 오토바이는 2.30달러로 같은 거리를 갈 수 있다”며 전기 오토바이 구매를 위한 대출 요청이 너무 많아 “더 이상 계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탈 펀드 아프리카 클라이밋 벤처스의 CEO인 제임스 이룽구 음왕기는 아프리카에서의 전기차 도입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중고품을 수입하는 기존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중국산 부품으로 아프리카에서 조립된 오토바이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전기 자동차 판매량은 2024년 4000대에서 2025년 2만 5000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BYD는 2025년 아프리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버스 보급 역시 확대되고 있다. 케냐에서 400대의 소형 버스(마타투)를 운영하는 메트로트랜스의 오스카 로사나는 초기투자 비용이 소규모 사업자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서도, 높은 금융비용이 저렴한 에너지로 상쇄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오토바이·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금투자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최대 규모의 사업망을 구축한 두바이 소재 전기 오토바이 및 배터리 교환회사인 스피로는 중국 신흥시장 및 일대일로 펀드인 뉴스트레이스캐피털(New Trails Capital)로부터 55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피로는 지난달에도 덴마크와 두바이 소재 펀드로부터 2억 1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해당 분야 관계자들은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합의가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케냐 전기차협회 이사회 위원이자 업계 베테랑인 더스틴 칼러는 “도널드 트럼프가 의도치 않게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더 큰 영향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아프리카와 중국의 전기차·오토바이 생태계는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케냐에 본사를 둔 전기 배터리 및 전기 오토바이 공급업체 아크라이드(ARC Ride)는 중국 최대 전기차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야데아(Yadea)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전쟁 이후 재고가 소진된 자사 전기 오토바이와 호환되는 배터리 교환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크라이드의 최고경영자(CEO)인 조셉 허스트-크로프트는 “호르무즈는 중국이 아프리카 전기차 시장을 더욱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는 아프리카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아크라이드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7개국에서 자체 차량을 조립하는 스피로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신규시장으로의 대대적인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아프리카 대륙에서 전기 오토바이 1만대를 판매했으며 2027년까지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출신 사업가이자 스피로의 창립자인 가간 굽타는 내년까지 아프리카 여러 생산기지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자재의 90%를 현지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제조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이 이제 나이지리아와 케냐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며 “아프리카의 자원이 아프리카 내에서 대규모로 활용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