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망할 SW' AI로 베껴본다…역설적 옥석 가리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2일, 오후 03:0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모펀드(PE)들이 인수 후보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인공지능(AI)으로 베껴보며 경쟁력이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손쉽게 복제된다면 ‘지켜낼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주요 기업의 몸값마저 추락하는 가운데 나온 행보여서 주목된다.

(사진=AFP)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유수의 인수합병(M&A) 자문사인 베인앤컴퍼니는 ‘바이브코딩’으로 인수 대상 기업의 소프트웨어 일부를 빠르게 재현하고 있다. 바이브코딩은 사람이 직접 코드를 짜는 대신 프롬프트(명령어)로 AI에 코드를 작성하게 하는 방식이다.

생성형 AI가 업계를 뒤집을 기세이면서 시장은 이미 출렁이고 있다. 공개시장에서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같은 주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의 가치는 올해 들어 3분의 1 넘게 깎였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사모시장의 거래 위축으로 이어졌다. KPMG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사모펀드가 주도한 기술·통신·미디어 거래 총액은 작년 4분기 대비 69% 급감했다.

어떤 소프트웨어 기업이 살아남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지자 베인이 꺼내든 카드가 바이브코딩이다. 인수 대상의 소프트웨어를 AI로 빠르게 베껴본 뒤, 그 기술을 얼마나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지를 가늠한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이 급락 추세인 만큼, 손쉽게 복제된다면 그 기업의 경쟁력이 코드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는 신호다. 제품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도 함께 내다볼 수 있다.

레베카 버랙 베인 글로벌 사모펀드 부문 책임자는 “2차원(2D)으로 보던 것을 3차원(3D)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차이”라며 “바이브코딩으로 어떤 소프트웨어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 사업을 지켜주는 핵심이 실제 코드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파악한다”고 말했다.

효과는 실제 거래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사모펀드 임원은 매물로 나온 분석 플랫폼을 베인이 바이브코딩으로 재현해본 것이 자사의 입찰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임원은 “조금이라도 의문이 남으면 우리는 손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10년에 걸친 인수 붐의 한복판에 있었지만, 이들은 올해 들어 신규 거래를 늦추고 인수 대상의 AI 리스크를 한층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베인 직원들은 AI 실사 작업의 일환으로 수백개의 시제품을 바이브코딩으로 찍어냈다. 2023년만 해도 전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팀의 몫이던 작업이 이제는 일반 컨설턴트도 쓰는 도구가 됐다.

베인에서 사모펀드용 생성형 AI 업무를 이끄는 진 라포포트는 “투자자들이 5년 뒤 상황이 어디로 갈지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인수 대상의 소프트웨어가 AI로 어떻게 재편될지 미리 그려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버랙 책임자는 “불확실성은 사모펀드 업계에서 가장 꺼리는 단어”라며 “지금 소프트웨어 시장에선 매도자가 부르는 값은 높은데 매수자가 떠안아야 할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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