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없어서 못샀는데"…일본, 이젠 쌀이 남아돈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2일, 오후 05:1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에서 쌀이 남아돌고 있다. 지난해까지 쌀 부족 대란이 일었던 것과 대비된다.

(사진=AFP)
2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전국 슈퍼마켓 1000여곳에서 판매 중인 멥쌀의 84.9%가 ‘특가’ 상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18.4%)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2022년 6월 이후 약 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특가 비중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80%를 넘어섰다. 쌀이 남아돌면서 가격은 다달이 떨어지는데도 판매량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재고만 쌓이자, 슈퍼마켓들이 잇따라 할인 판매에 나선 결과다.

지난달 판매량이 많았던 상위 2개 상품은 신메이의 혼합미 ‘아카후지 이쓰모노오코메’(5㎏)와 JA그룹 전농 펄라이스가 판매하는 ‘펄라이스노오코메’(5㎏)였다. 두 상품은 지난해에도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둘 다 한국으로 치면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 쌀이나 농협 하나로마트 보급형 쌀에 해당하는 값싼 대중미다.

중견 슈퍼마켓 브랜드 서밋에서는 지난 4~5월 쌀 특가 비율이 50%를 조금 웃돌았다. 지난해에는 쌀 부족 영향으로 특가 판매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4·5월에 각각 6차례나 특가 판매를 진행했다. 심지어 시장 가격 하락 등을 감안해 이달에는 특가 빈도를 더 늘릴 방침이다. 서밋 측은 “작년과 달리 쌀이 남아돈다. 지난해산 쌀 재고를 방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매장 판매가가 다달이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이달 8~14일 기준 쌀 평균 매장 가격은 5㎏당 3588엔(약 3만 3992원)으로 전주보다 56엔(약 530원·1.5%) 내렸다. 지난해 말∼올해 초만 해도 4400엔(약 4만 1685원) 안팎이었으나 이후 하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서밋에서도 이달 특가 가격이 전달보다 10%가량 떨어진 3758엔(약 3만 5603원) 안팎이 됐다. 다만 폭등 이전 5㎏당 2000엔(약 1만 8948원) 안팎이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1.8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은 쌀값 폭등에 시달렸다. 이른바 ‘레이와 쌀 소동’으로 불린 품귀 사태로 쌀값이 5㎏당 4000엔(약 3만 7895원)을 넘겨 2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1년 만에 급락세로 돌아선 배경엔 산지의 일제 증산, 정부의 비축미 대량 방출, 소비자의 ‘쌀 이탈’ 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닛케이 POS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매장의 내점 고객 1000명당 판매 개수는 지난달 13.7개로 지난해(17.7개)를 밑돌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3~14개대를 오가며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체 쌀 판매량도 약 86만개로 지난해의 80% 수준에 그쳐, 값이 내려도 구매량은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쌀 부족 사태 때 주목받았던 외국산 쌀은 수요가 더 가라앉았다. 한 식품 슈퍼마켓은 “지난해에는 전례 없을 만큼 외국산 쌀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전부 브랜드 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격 급등에 놀란 산지가 일제히 증산에 나서면서 지난해산 주식용 쌀 수확량은 746만8000톤으로 1년 전보다 약 10%(67만6000톤) 급증했고, 여기에 정부의 비축미 대량 방출과 대형 유통업체 직거래 확대가 맞물리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쌀 부족이 부른 소비자 식생활 변화도 ‘쌀 이탈’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솜포인스티튜트플러스의 고이케 마사토 수석연구원은 “쌀값 상승으로 주식이 빵과 면으로 옮겨갔다.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생활에 뿌리내린 만큼, 값이 내려도 쌀 수요는 되돌아오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쌀이 특가 대상이 될 기회는 늘어날 전망이다. 농림수산성이 공표한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각 도도부현의 재배 의향에 따르면 올해산 주식용 쌀 생산량은 전체 733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정리한 수급 전망에서 생산량을 711만톤으로 추산했던 점을 감안하면, 4월 말 재배 의향 기준으로는 22만톤의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셈이다.

쌀 도매업체 기토쿠신료 담당자는 “앞으로 한 달쯤 뒤면 올해 첫 햇쌀(올벼)이 나오기 때문에 도매사들이 지난해산 쌀 재고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여름 무렵까지 특가 판매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