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경제적 피해는 수치로 확인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브렉시트로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6~8% 줄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결정 직전 1.50달러 안팎이었던 파운드화 가치는 현재 1.32달러 수준으로 10% 이상 떨어졌으며 국민투표 이후 6년간 기업 투자도 사실상 정체됐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가 경제의 혈관에 독소처럼 남아 오랜 취약점들을 고착화함으로써 영국을 저성장 경로에 가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의 핵심 명분이었던 이민 통제도 역효과를 낳았다. 연간 순유입 인구는 2016년 32만 1000명에서 2023년 90만 6000명으로 약 2.8배 급증했다. ECFR 조사에서도 56%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이민 정책이 실패했다고 답했다. 마크 레너드 ECFR 소장은 “10년이 지난 지금, 영국인들은 EU 밖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브렉시트가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를 해결할 영국의 능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20일에는 런던 도심에서 EU 재가입을 촉구하는 거리 행진이 벌어졌다. 경찰 추산 약 1500명이 EU 깃발과 ‘재가입’ 팻말을 들고 런던 템플역에서 웨스트민스터 의회 광장까지 행진했다. ECFR이 EU 15개국을 대상으로 별도 실시한 조사에서도 영국의 EU 복귀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3분의 2에 달했다. 다만 EU는 영국이 유리한 조건만 취하는 ‘체리피킹’은 용납할 수 없다며 재가입 시 특별 대우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치적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취임 2년만에 총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미 내각 핵심 장관과 수십명 노동당 의원들이 사임을 요구한 상황에서 더 이상 국정을 이어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머 총리가 물러나면서 영국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10년 만에 7번째 총리를 맞게 됐다. 후임 총리로는 보궐선거에서 하원에 입성한 앤디 버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아난드 메논 유럽정치외교학 교수는 “브렉시트에 관해선 쉬운 선택이란 없다”며 “현 상태를 유지하며 손실을 감내하거나, 경제 비용을 줄이는 대가로 자율성을 희생하거나, 재가입을 위해 10년은 족히 걸릴 험난한 정치 논쟁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도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가입(Rejoin the EU)’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엘리자베스 타워(빅벤) 앞에서 EU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