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후 첫 시험대…AI 투자 우려에 사흘새 시총 923조 증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전 05:5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상장 후 첫 대규모 조정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AI) 사업 확대를 위한 대규모 차입 계획이 공개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데다 기업가치 부담 우려까지 겹치며 주가가 3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증발한 시가총액만 최대 6000억달러(약 923조원)에 달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인근 나스닥 마켓사이트 전광판에 스페이스X 로켓 이미지가 표시돼 있다. (사진=AFP)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페이스X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6.4% 급락한 154.6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12일 상장 첫날 기록한 종가(160.95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장 마감을 앞두고 매도 물량이 집중되면서 낙폭이 더욱 커졌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누적 하락률은 23%에 달했다.

이번 하락으로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은 2조360억달러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날 하루에만 약 4008억달러가 증발했는데, 이는 다우존스 마켓데이터 기준 미국 기업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하루 시가총액 감소 규모다. 상장 직후 2조6000억달러를 웃돌던 기업가치는 불과 열흘 만에 크게 줄었고, 세계 시가총액 순위도 7위로 밀려났다.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의 시가총액(2조600억달러)에도 뒤처지게 됐다.

AI 사업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자금 조달 계획이 주가를 끌어 내렸다. 스페이스X는 이날 선순위 무담보채권(senior unsecured notes)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가 최소 2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추가 차입에 나선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현재 1008억달러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지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은 AI 사업 확대 과정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올해 초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인수한 이후 AI 인프라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번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은 xAI 관련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조달했던 200억달러 규모의 브리지론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주산업이라는 기존 성장 스토리에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구축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재무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다만 스페이스X는 동시에 AI 사업에서 새로운 수익원도 확보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날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Reflection AI)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플렉션AI는 오는 7월부터 2029년 말까지 스페이스X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사용하며 월 1억5000만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8억달러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 계약이 스페이스X가 AI 인프라 사업자로서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계약 체결 후 3개월이 지나면 양측 모두 90일 전 통보만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어 장기적인 수익 안정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이스X를 둘러싼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시장조사업체 반다리서치(Vanda Research)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후 첫 5거래일 동안 스페이스X 주식을 4억5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미국 IPO 종목 가운데 가장 강한 개인투자자 매수세다. 특히 지난주 개인투자자들의 스페이스X 순매수 규모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7’ 종목 전체 순매수 규모를 웃돌았다.

그러나 최근 주가 조정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속도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반다리서치는 이날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유입 규모는 상장 첫 주보다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상장 직후 나타났던 ‘묻지마 매수’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장기 성장성에는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다만 현재 기업가치가 미래 성장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는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키뱅크 캐피털마켓은 이날 스페이스X에 대해 사실상 ‘보유(Hold)’ 의견에 해당하는 ‘섹터 비중(Sector Weight)’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상장 이후 월가에서 나온 첫 중립적 평가다.

마이클 레쇼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는 우주 발사 시장과 관련 산업에서 계속 선도적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장기 성장 가치의 상당 부분이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페이스X는 강력한 성장 동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위험과 보상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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