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예정된 재정 파탄을 미리 막지 못했다. 원인 분석을 냉정하게 해야 하는데 대외적 상황만을 그 원인으로 돌리고 있다”(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
민선 9기 출범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23일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인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경기준비위)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사진=경기도)
김 부위원장은 “곳간을 열어봤더니 빚 문서만 가득하다”, “1995년 지방자치시대 이후 경기도는 최대 감액추경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예산 부서로부터 재정현황 보고를 받은 추 당선인은 “현재 경기도의 모든 세부 사업, 출연금 현황 등 세출 전반에 대해 분석해 보고하고, 당시의 의사결정 과정도 보고해 달라”며 “재정 상황에 대한 보고는 다시 받겠다”고 지시했다.
책임행정이라는 말이 있다. ‘권한을 가진 행정은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경기준비위에서 나온 말들이 쏘아댄 책임의 화살은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를 향하고 있다. 김 지사가 임기 내내 주창하고, 시행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즉 ‘확장재정론’을 겨냥한 말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관계자는 “‘모라토리엄’이라는 단어와 ‘예정된 재정 파탄’이라는 말은 마치 ‘방만경영’을 연상케 한다”라며 “경기도 재정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이런 단어까지 사용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정말 경기준비위에서 나온 말처럼 민선 8기 경기도 재정운용은 ‘방만경영’이었을까, 아니면 ‘고육지책’이었을까. 지난 4년을 되짚어 본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 이재명도 인정한 ‘확장재정’
경기준비위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기간 중 2020년 한 해에만 자율편성예산에서 1000억원 규모 기금차입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차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한 시기다.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 지역개발기금,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 각종 기금을 차입했다.
다시 경기도의 기금차입금이 발생한 2024년, 윤석열 정부는 예산안을 2005년 이후 20년간 최저 수준인 2.8% 증액 편성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 3.5%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시그니쳐 정책, 지역화폐 예산은 ‘0원’으로 편성됐었다. 김동연 지사는 지역화폐 인센티브 지속 지급을 위해 전년도 대비 5.5% 증액한 954억원을 도비로 편성했다. 3조 2000억원 이상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시기 경기도의 부동산 취득세는 7조 9020억원으로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2026 경기도 자율편성 예산 현황.(자료=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김동연 지사는 “‘경기침체기’에는 재정을 확대해서 경기를 부양하고, ‘경기상승기’에 재정을 축소해 균형을 잡는 것이 기본”이라며 전년 대비 7.2% 증가한 38조 7081억원 규모 예산안을 경기도의회 제출했다.
2025년 본예산안 편성 시기였던 2024년 11월 수원을 찾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 돈의 흐름이 멈추면 경제가 죽는다. 마치 사람 몸의 피처럼 돌아야 한다”며 “경기가 너무 나쁠 때 살짝 부추겨 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지금처럼 동네 돈이 말라서 죽으면 큰일 난다”고 강조했다.
이때는 또 12·3 비상계엄과 탄핵, 미국의 관세장벽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다. 김 지사는 관세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경영자금 1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민간 피해 예방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1400만명 복지예산, 역대급 국·도비 매칭에 ‘휘청’
예고된 부동산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예산 규모가 늘어난 까닭에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영향도 있다. 경기준비위가 이날 공개한 민선 8기 출범 당시인 2022년과 2026년 예산을 비교한 대목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올해 본예산은 40조 577억원으로 2022년 대비 6조 4541억원(19.2%) 늘었다. 반면 취득세는 8조 1501억원으로 2조 8526억원(25.9%) 줄었다.
눈여겨 볼만한 지점은 복지예산과 국·도비 매칭이다. 올해 경기도가 복지분야에 쏟는 돈은 19조 6007억원으로 2022년보다 5조 5479억원(39.5%) 증가했다.
정부사업에 수반되는 국·도비 매칭비용도 2조 9899억원으로 2022년 대비 1조 75억원, 무려 50.8%나 늘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도비 매칭예산 증가율(1조 6256억원→1조 7999억원) 10.7%(1743억원)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다.
늘어난 본예산 규모나, 줄어든 취득세보다 복지예산과 국·도비 매칭예산 증가 비율이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2026 경기도 예산 현황.(자료=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이밖에도 경기도가 분담하는 국·도비 매칭사업은 재해예방부터 교통, SOC 등에서 최근 지급된 고유가 피해지원금까지 그 종류만 수백여 개에 달한다. 경기도가 굳이 하지 않아도, 정부 정책에 따라 분담해야 될 돈들이 김동연 지사 취임 초기보다 무려 50%가량 늘어난 것이다.
김영진 부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에서 “경기도 인구는 1420만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인구 유입이 상당히 많다”라며 “그에 따라 이 복지사업들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실제 인구 증가에 비례해 우리가 지출해야 할 고정 비용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