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신 교수는 특히 최근 글로벌 지경학의 핵심 현안인 중동 문제가 한국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이란 양측이 지난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만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지겠지만, 구체적인 협상과 합의 과정이 11월 미 중간선거 이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 있으나, 종전 이후 전개될 재건 사업 등 경제적 기회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진입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3000억 달러(약 460조원) 상당의 이란 재건 기금 조성 시 한국도 일정 부분 기여할 여지가 있는 만큼 주도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중순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패권 갈등 및 역내 정세 전개와 관련해서는 “갈등 양상이 군사·이데올로기보다 경제·기술 경쟁에 집중되면서, 인공지능(AI) 기술과 인재 확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중국은 한국에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며 ‘안미경중’ 패러다임도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고 평가하며 한국이 미·중 2강 체제에서 보다 치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에 있어서도 안보와 직결된 분야는 미국과 공조하되, 중국과는 안보 외적인 관광, 소비재, 제조업 등에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만과 관련해 중국이 무력 침공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안 봉쇄 등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확고한 국가 안보 원칙을 세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이러한 경제 및 기술의 안보화에 따른 지경학적 변화가 한국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가 도리어 한국 첨단산업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의 제조업을 지원하고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통해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협력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자적인 소버린 AI 구축은 어렵더라도 메모리 반도체, 피지컬 AI, 제조업 파생 산업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윈윈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부연했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사진=이영훈 기자)
이러한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일본·유럽연합(EU) 간 새로운 다자 협력체 구상’을 제시했다. 세 주체 모두 트럼프 시대의 도전과 북핵 및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만큼, 기존 동맹을 대체하지 않는 선에서 공통 과제를 함께 논의할 협력 기반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끝으로 신 교수는 소위 ‘코리아 피크(Korea Peak)’, 즉 한국의 첨단 기술과 문화 역량이 정점에 달했다는 진단에 대해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과거 산업과 문화의 리더였던 유럽과 일본이 어떻게 성장 동력을 잃고 쇠퇴해 갔는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글로벌 한국의 성패는 결국 인재 육성과 유치가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지경학적 상황에 맞는 고등교육 및 이민 정책에 대한 투자와 전략이 요구된다며, 싱가포르식 인적자원부 신설 등 실효성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을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