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크먼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가 NYSE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이번 조정의 진원지는 한국 증시였다. 올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와 레버리지 투자 청산 물량이 겹치며 사상 최고치 대비 약 10% 급락했다. 특히 AI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인 SK하이닉스가 12.5% 넘게 폭락한 데 이어 삼성전자 관련 레버리지 ETF에서도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5억달러 이상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 시장에서 촉발된 매도세는 미국 반도체주로 빠르게 확산됐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3.2% 급락했고 샌디스크는 13.6% 떨어졌다. AMD는 5.8%, 퀄컴은 8%, 인텔은 6.2% 각각 하락했다. 엔비디아 역시 4.1% 하락 마감했다. 반도체 업종 전반의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7.9% 급락했고 기술주 ETF인 XLK도 4.1% 하락했다.
특히 올해 전쟁 충격으로 인한 저점 이후 두 배 가까이 급등했던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AI 투자 열풍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크리스 로우 FHN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위험회피 움직임은 AI 낙관론이 지나쳤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증시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했고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은 강세를 보였다. 반면 비트코인은 3%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임시 평화협정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 조짐을 보이면서 하락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08달러로 전장 대비 1.05%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3.21달러로 전장 대비 0.88% 내렸다. 유조선 운항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공급 우려를 완화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AI 투자 사이클 종료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24일 장 마감 후 발표되는 마이크론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지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시험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 나벨리에 나벨리에앤드어소시에이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이크론 실적은 이번 어닝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이벤트”라며 “현재의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버코어ISI의 줄리언 이매뉴얼 수석 전략가도 “최근 조정에도 결국 투자자들은 다시 대형 기술주로 돌아올 것”이라며 “결국 실적이 AI 투자 열풍의 지속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록 와이머 에드워드존스 투자전략가는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 등 기초여건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기술주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진 만큼 투자자들은 분산투자를 통해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