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자들에 따르면 이란 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의 자문까지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제안에 대해 어떤 공개적인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만 스위스에 있는 이란 협상단에 심리학자가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파키스탄, 카타르 간 4자 회담을 위해 스위스 뷔르겐스토크 리조트에 도착한 아바스 아라그치(가운데) 이란 외무장관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오른쪽에서 두번째) 국회 의장(사진=AFP)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아직 이란의 추가 양보를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 전문가이자 미국 싱크탱크인 윌슨센터 글로벌 자문위원회의 일원인 모하메드 아메르시는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의 교훈을 적용해 극단적인 위협으로 상대방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면서도 “이란은 그의 전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역학 관계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달 21일 스위스에서 첫 번째 고위급 평화협상을 진행했다. 회담 초반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이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이란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협상장 밖에 휴대전화를 두고 와 이 사실을 즉각 알지 못했다. 보좌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고, 갈리바프 의장은 바로 미국 협상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에게 항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MOU 1조(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란 대표단은 대면 협상을 중단했다.
미국 측은 다른 설명을 내놨다. 미 당국자는 밴스 부통령이 이란 대표단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이란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미국이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협상 중단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 때문이 아니라 이란 측이 제안을 검토할 시간을 주기 위해 휴식 제안이었다고 당국자는 말했다. 이후 양측은 파키스탄과 카타르 중재자를 통해 간접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폭주’는 이미 여러 번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뒤흔들었다. 중재국들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물이 합의 타결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이란 측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보다 비공개 협상장에서 미국 협상단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라고 설득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침없는 공개 발언과 전통적인 외교관이 아닌 자신이 임명한 특사를 활용하는 외교 방식이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발언들로 인해 미국과의 합의를 원하는 이란 내 실용주의 성향 인사들이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이란 당국자들은 전했다.
양측의 공방에는 상당한 정치적 연출도 섞여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협상 전술로 보고 대응을 자제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일부 얻어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가 이란과의 소통을 이어가게 만든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