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 굴기 과시…자체 개발 슈퍼컴 세계 1위 탈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전 11:41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이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가 세계 정상 자리를 차지했다. 반도체 수출 제한 등으로 오히려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 중국의 자립도 성과로 여겨진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 링성. (사진=바이두 화면 갈무리)
중국이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 링성. (사진=바이두 화면 갈무리)
2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에 따르면 중국의 슈퍼컴퓨터 링성(LineShine)은 지난 23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국제슈퍼컴퓨팅컨퍼런스(ISC)에서 글로벌 500순위(TOP 500) 중 1위에 올랐다.

중국 국가슈퍼컴퓨팅선전센터(NSCS)가 운영하는 링성은 초당 219.8경회(2.198 Exaflop/s)의 연산 성능을 기록했다. 슈퍼컴퓨터 연산 능력이 초당 200경회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그동안 세계 최고 순위를 지키던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엘캐피탄(El Capitan)을 비롯해 미국·유럽의 선도적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추월했다.

중국 슈퍼컴퓨터가 관련 분야 1위를 차지한 건 9년 만이다. G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슈퍼컴퓨팅 산업이 외국 기술 제약을 극복하고 독립적이며 통제가 가능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미디어그룹(CMG)에 따르면 링성은 과학, 공학, 인공지능(AI) 컴퓨팅을 위한 통합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칩 계층에서는 자체 제작된 LX2 중앙처리장치(CPU)가 다정밀도와 행렬 가속 기능을 통합해 슈퍼컴퓨팅과 AI 작업의 긴밀한 융합을 도왔다. 중국 최초로 국내 개발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탑재해 기존 CPU에 비해 메모리 대역폭을 10배 향상했다.

특히 대부분 미국 슈퍼컴퓨터가 하이브리드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를 채택하는 것과 달리 링성은 GPU 없이 순수 CPU 기반 통합 기술 경로를 따른다.

중국과학원 산하 컴퓨팅기술연구소의 장윈치안 연구원은 “이러한 접근법이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더 어렵지만 과학 컴퓨팅과 같은 전통적인 슈퍼컴퓨팅 응용 시나리오에서 강력한 호환성 이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천징 중국 기술전략연구소 부사장은 “GPU 가속 카드 없이 순수 CPU 아키텍처로 개발한 것은 중국의 슈퍼컴퓨팅 발전이 단일 하드웨어 돌파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생태계 개발, 아키텍처 혁신, 전면 시스템 통합 등 시스템 수준의 포괄적 발전에 의해 주도됨을 명확하게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수출 제한 등으로 GPU 같은 고성능 칩 공급을 제한받았다. 슈퍼컴퓨팅 분야에서도 그동안 TOP 500 제출을 꺼렸다. 하지만 중국 내 기술 기업 중심으로 반도체 칩 등 개발에 몰두하면서 자체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중국 베테랑 기술 분석아인 마지화는 “국산 슈퍼컴퓨팅 역량의 돌파구로 중국은 현재 최고 수준의 경쟁에 재참여하고 있으며 성능이 서방 시스템보다 상당한 차이로 앞서 있다”면서 “중국은 더 이상 저자세를 유지하지 않고 글로벌 벤치마크 경쟁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미국 기술 매체 엔가젯도 “중국의 신형 기기는 다른 주요 모델들처럼 GPU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 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품보다 앞섰다”고 전했다.

중국은 대형 기업들이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며 기술 발전을 추진 중이다. 최근 화웨이는 기존 반도체 업계의 ‘무어의 법칙’ 한계를 넘어선 ‘타우 법칙’을 발표하며 더 높은 성능의 칩을 내놓는다고 발표해 주목 받기도 했다.

천 부사장은 “중국이 이제 미국의 GPU, 엔비디아의 쿠다(CUDA) 생태계, 특정 서구 상호 연결 표준에 의존하지 않고도 엑사스케일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다만 아키텍처 라이선스, 첨단 제조 공정, 칩 제조 일부 분야 등에서 여전히 근본적인 제약이 남아 있어 중국의 고성능 컴퓨팅 부문 자립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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