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韓증시 활황에도 IPO 침체…재벌 구조가 상장 제약”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5일, 오전 09:27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한국 증시의 고공행진에도 기업공개(IPO)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외신은 재벌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와 모자회사 중복상장 규제 강화 움직임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24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올해 한국의 IPO가 급감했다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지배구조 개혁 문제와 재벌, 즉 가족 경영 대기업집단의 높은 비중이라는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LSEG 데이터에 따르면 6월 3일 기준 올 들어 한국 증시에는 15개 기업이 상장했다. 공모 조달액은 총 약 7억달러에 그쳤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신규 상장은 연평균 80건, 조달액은 약 80억달러 수준이었다. 말레이시아의 올해 신규 상장 건수와 조달액은 한국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한국 증시 강세 흐름과 대조적이다. 코스피 지수는 최근 1년 동안 2배 이상 오르며 전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 소재 자산운용사 재블린 웰스 매니지먼트의 폴카 미슈라 파트너는 한때 한국 산업 발전의 핵심이었던 재벌이 “이제 방해 요인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상속세 구조로 인해 대기업들이 기업가치와 유통주식 비율을 낮게 유지할 유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24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상법 개정도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삼성, SK, 현대차, LG, HD현대 등 5대 대기업이 최근 기준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0%를 차지하는 등 대기업 집단 중심의 시장 구조가 여전한 셈이다.

모자회사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도 IPO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을 추진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복상장은 지배주주 일가가 자회사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모회사 소액주주의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IPO 건수 감소는 모회사들의 기업가치 상승에는 도움이 됐지만 벤처캐피털(VC) 펀드의 자금 회수와 자금 조달 환경은 위축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제한적인 IPO 활동이 전체 자본시장에는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IPO 침체는 기업가치 제고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기적 현상이란 의견도 있다. 정 이사장은 “정부가 모자회사 중복상장에 대해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 기업들이 상장 절차를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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