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과 대만이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출과 증시에서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지만 반도체 외 산업들은 에너지 가격 변동과 관세 충격, 중국과의 경쟁 심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한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출이 급증하자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5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해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윤상하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가 이제 한국 수출액에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에 한국의 표면적인 수치는 강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석유화학, 철강,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 비반도체 수출은 약한 수요와 중국과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한국이 잘하고 있다’는 같은 평가들은 동시에 ‘한국이 매우 좁은 영역에서 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부문 밖의 노동자들에게는 “생활 속 체감은 비용 상승과 실질임금 정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황의 혜택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집중되면서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달 증권사들은 한국의 노년층이 생명보험과 퇴직연금을 해약해 반도체주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토스증권의 이영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가운데 약 83%가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안전자산에 머물러 있던 자금이 더 높은 기대수익을 찾아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K자형 격차’라고 설명했다. 일부 산업과 사회경제적 집단은 번창하는 반면 다른 집단은 정체되거나 뒤처지는 현상이다. NYT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이 같은 격차가 확대됐으며, AI 열풍이 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만도 비슷한 흐름이다. 대만은 지난달 인도를 제치고 세계 5위 주식시장으로 올라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대만 대표지수 자취안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시가총액은 2조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반도체 열풍은 대만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중 하나로 밀어 올렸다. 대만 경제는 2025년 4분기에 거의 13%, 올해 1분기에는 거의 15% 성장했다.
그렇다고 고성장이 전반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타오위안 국립중앙대 경제연구센터의 우다란 소장은 대부분의 대만 노동자가 기술 부문 밖에서 일하고 있으며 월 1500달러 미만을 번다고 설명했다. 소수의 고소득층은 저축하고 투자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 소장은 대만의 경제성장은 TSMC 주주 같은 부유층에게 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사람들의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싱가포르 DBS은행의 마톄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와 기타 기술 제품이 대만 수출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면서 다른 수출 의존 산업들은 관세와 수요 약화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AI 특수의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를 둘러싼 논쟁도 확산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를 예로 들었다. NYT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갈등이 AI 시대 초과이익 배분에 대한 더 큰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