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점도표에서는 다수 위원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선택”이라며 물가 안정이 연준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물가 상승 위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성급한 정책 전환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최근 물가 안정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일부 ECB 위원들은 에너지 가격과 임금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강화도 새로운 인플레이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갈등 이후 각국이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전력 인프라 확충에 나선 점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변수는 AI다. AI 열풍은 주식시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I 산업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력망, 송배전 설비 등 막대한 실물 인프라 투자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들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앞으로 수년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자본지출(CAPEX) 계획을 내놓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뿐만 아니라 이를 가동하기 위한 발전설비와 전력망 확충,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에도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월가에서는 AI 혁명이 생산성과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확산하고 있다. AI 산업 확대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설비투자가 경제 전반의 자금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I 관련 투자가 장기간 지속하면 경제 전반에서 자금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이는 중립금리(R-star)를 과거보다 높은 수준으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립금리는 물가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균형 수준의 금리를 의미한다. 투자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시장금리는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혁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을 수반하는 자본집약적 변화다”며 “이는 앞으로 수년간 경제 전반의 자금 수요를 높여 중립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핌코(PIMCO) 역시 AI를 새로운 투자 사이클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과거보다 높은 금리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핌코는 “AI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률을 높일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자본투자를 병행하면서 장기적으로 금리 하락 압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