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 북부 허더즈필드 도심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음료를 들고 햇볕 아래를 걷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잉글랜드 중부·남부 일부 지역에 최고 단계의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사진=AFP)
이번 폭염은 거대한 고기압이 솥뚜껑처럼 열기를 가두는 ‘열돔’ 현상 탓이다.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는 몸이 회복할 틈을 주지 않아 더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젊다고 안심 말라”…佛 심정지 4배·병원도 포화
프랑스는 전날 밤 평균 최저기온이 22도까지 올라 역대 가장 더운 밤을 기록했다. 서부 도시 렌에서는 지난 23일 기온이 41도까지 올라 2022년 기록을 깼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노약자는 물론 젊고 건강한 사람도 폭염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스테파니 리스트 보건장관은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이 더위의 영향을 받는다”며 “젊은 사람들도 심정지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파리 구급대는 24시간 동안 평소의 4배에 달하는 심정지 환자를 처리했다. 앞서 남부 카르팡트라에서도 어린이 2명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시장도 사망률이 오르고 있다며 “우리가 무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날 저녁 거리에서 조깅하던 시민 100여명을 봤다며 “솔직히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현지 응급실장은 초고령자만이 아니라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이 폭염 환자들로 가득 차면서 의료 현장의 포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보건 비상계획을 최고 단계로 격상하고, 병원 인력을 확대해 취약계층 보호에 나섰다.
독일 서부 쾰른에서 25일(현지시간) 공공질서국 직원들이 폭염에 대응한 기후적응 조치의 하나로 소방 호스를 이용해 거리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이날 유럽을 휩쓴 폭염은 독일에서 정점에 이르기 시작했으며, 야외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주말까지 기온이 40도를 넘을 것으로 예보됐다. (사진=AFP)
다른 나라들에서도 최고 기온 기록이 곳곳에서 무너졌다. 스페인 남부 안두하르는 지난 22일 45.1도까지 치솟았고, 영국 남서부 메리필드는 이날 36.7도로 6월 최고기온 기록을 이틀 연속 갈아치웠다. 스위스 바젤은 38도로 1947년 이후 가장 더운 6월을 보냈고, 스위스 기상당국은 “심각한 가뭄”까지 경고했다.
무더위는 점차 동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독일은 26일 전국적으로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남서부 바트베르크차베른은 전날 밤 최저기온이 26.2도로, 2019년 국가 기록과 같았다. 독일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체코는 주말 40도가 예상되고, 룩셈부르크는 보르멜딩언이 38.3도로 6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네덜란드는 12개 주 가운데 8개 주에 적색경보가 내려졌고, 오스트리아 빈도 주말 40도가 예보됐다. 벨기에에도 보기 드문 폭염 경보가 발령됐으며, 폴란드·헝가리·크로아티아도 극심한 더위에 대비하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에 내린 적색경보를 26일 저녁까지 연장했다.
오스트리아 빈 남동부 포더스도르프암제 인근 노이지들러제 호반 국립공원의 말라붙은 호수 ‘오베러 슈팅커제’에 지난 23일(현지시간) 붉은색 수위 측정 기둥이 드러나 있다. 오스트리아 전역을 덮친 폭염은 이번 주말 동부를 중심으로 40도 안팎까지 오르며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AFP)
폭염은 일상도 멈춰 세웠다. 독일에서는 함부르크 하프마라톤이 취소됐고, 독일 철도는 여행을 미루려는 승객에게 무료 취소를 허용했다. 체코 철도도 승객들에게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탈리아 라치오·토스카나 등 여러 주는 노동조합 요구에 따라 폭염 위험이 높은 날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농사·건설·배달 등 야외 노동을 중단하도록 했다. 피렌체 우피치미술관은 내부 기온이 32도까지 오르며 냉방이 한계에 이르자 28일까지 입장권 판매를 중단했다. 이탈리아의 더위는 다음주 초 북부를 중심으로 40도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파리시는 부담을 덜기 위해 26일 정오부터 공공장소 음주를 제한하고 주류 포장 판매도 금지하기로 했다. 폭염으로 냉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원자력발전소 3기는 가동을 멈췄고, 교사노조는 “용납할 수 없는 근무 환경”이라며 파업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유럽이 지구 평균보다 2배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여름 폭염과 물 부족, 산불이 매년 심해지고 있으며, 지난해 유럽에서만 100만헥타르(㏊)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탔다고 이 기관은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