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키옥시아는 도시바가 경영위기 때 떼어낸 반도체 메모리 부문이다. 도시바의 추락은 2015년 대규모 부정회계가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회장·사장 등 이사 8명이 줄줄이 물러났고, 이듬해에는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EC)에서 거액 손실이 터졌다. 2017년 WEC가 파산 처리되자 도시바는 5000억엔(약 4조 8000억원) 규모의 자본잠식에 빠졌다.
벼랑 끝에 몰린 도시바는 상장을 유지하려 알짜 사업을 차례로 내다 팔았다. 의료기기는 캐논에, 백색가전은 중국 메이디그룹에, TV는 중국 하이센스에, PC는 샤프에,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프랑스 토탈에 넘겼다. 그래도 모자라자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간판’ 반도체 메모리까지 시장에 내놨다.
일본 국내에서는 인수 희망자가 한 곳도 나오지 않았고, 결국 2018년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고 한국 SK하이닉스와 일본 호야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약 2조엔(약 19조원)에 사들였다. 이 회사가 이듬해 사명을 바꾼 것이 지금의 키옥시아다. 도시바는 매각 뒤에도 일부 지분을 남겨, 현재 키옥시아 지분 16.10%를 들고 있다.
도시바를 이끌었던 니시다 아쓰토시 전 사장은 “원전과 반도체 두 날개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내걸었다. 하지만 후임 사사키 노리오 사장과의 갈등 속에 부문 간 경쟁이 과도한 실적 목표로 번졌고, 이는 부정회계와 미국 원전 사업의 거액 손실로 이어졌다.
도시바는 본래 발전소·송배전 설비 같은 대형 전력기기 사업이 주력이어서, 불황과 호황이 빠르게 오가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적자를 보던 반도체 부문은 다음 호황을 노린 과감한 투자 승인을 받기 어려웠고, 그 사이 한국 삼성전자에 선두를 내줬다.
닛케이는 경영위기 당시에도 반도체 메모리가 연 5000억엔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다며, 도시바가 이를 팔지 않고도 상장을 유지할 수 있었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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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 무렵부터 AI 열풍으로 반도체와 원전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시바를 벼랑 끝으로 몰았던 WEC조차 미국 정부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800억달러(약 124조원) 규모의 원전 증설을 추진하면서 거액의 수주를 따내고 있다.
비슷한 위기를 겪고도 길이 갈린 사례도 있다. 2009년 거액 손실을 본 히타치제작소는 디지털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선 끝에 시가총액을 20조엔(약 191조원) 넘게 키웠다.
도시바는 현재 JIP 산하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발전기기와 송배전 설비, 엘리베이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으로 돈을 벌면서 방위 장비와 양자 컴퓨팅, 물리적 AI를 새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다만 지난해 도시바의 순이익을 떠받친 것은 본업의 성과가 아니라 키옥시아 주가 상승에 따른 특별이익이었다. 그 규모는 도시바 매출의 60%에 해당하는 2조 2700억엔(약 21조 7000억원)에 달했다.
닛케이는 “굴러들어온 키옥시아 자금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이 재상장을 향한 도시바의 무거운 숙제로 남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