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이미지. (사진=AFP)
◇앤스로픽 모델 차단이 만든 ‘반사 수혜’
앤스로픽은 2주 전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가장 강력한 AI 모델 2종인 페이블(Fable)과 미토스(Mythos)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Z.ai가 GLM-5.2를 공개한 것은 그 직후였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알파아카이브(alphaXiv)의 공동창업자 리한 아마드는 “페이블이 제한된 지금 미중 AI 격차는 매우 좁아졌다”며 “현재는 앤스로픽 모델에 더 많은 제한이 걸려 있고, 자체 호스팅하거나 다른 사업자를 통하면 중국 모델에는 동일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GLM-5.2는 코드 생성과 AI 에이전트(다른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작업을 수행하는 디지털 어시스턴트) 구동 분야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은 이미 Z.ai를 비롯한 중국 스타트업 모델 일부를 자사 플랫폼에서 제공하고 있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 2명에 따르면 MS는 앤스로픽·오픈AI 기술로 구동 중인 자사 서비스 중 하나에 최신 딥시크 모델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마드로나 벤처그룹의 스타트업 투자자 비벡 라마스와미는 “페라리를 항상 몰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라며 저비용 모델의 실용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앤스로픽 클로드 미토스 (사진=AFP)
미국 AI 기업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앤스로픽은 이달 팀 스콧·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알리바바가 2만4000개의 사기 계정을 통해 자사 기술을 ‘뻔뻔하게(brazenly)’, ‘불법적으로(illicitly)’ 복제하려 했다”고 고발했다. 알리바바는 논평을 거부했다.
앞서 딥시크가 출시된 2025년에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한 AI 시스템의 데이터를 다른 시스템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distillation)’ 기법이 핵심 쟁점인데, 앤스로픽과 오픈AI는 약관을 통해 데이터 무단 수집을 금지하고 있다. Z.ai가 증류를 활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GLM-5.2의 접근권을 판매하는 베이스텐(Baseten)의 모델 훈련 총괄 찰스 오닐은 “증류만으로는 최상위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며 “이 모델들의 역량이 모두 앤스로픽에서 비롯됐다는 서사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보안 우려에도 ‘가성비’가 장벽 낮춰
중국 모델에 대한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Z.ai는 2025년 미국 상무부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며, 회사 주주 다수가 중국 방위산업 감독 기관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공시됐다. 딥시크 출시 이후 각국 정부는 데이터 보안을 이유로 사용 규제를 도입했다.
다만 네트워크 보안 기업 인포블록스의 웨이 첸 최고법무책임자는 시스템 설정을 신중히 구성하면 미국 수출 규제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데이터를 중국에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해당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 최상위 AI 기업들보다 6개월 이하의 격차로만 뒤처져 있다고 본다. Z.ai의 홍콩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5년 상반기에 중국 외부 데이터센터의 반도체 이용료 등 비용으로 매출의 7배 이상을 지출했음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신흥 기술 및 국제관계 전문가인 조지워싱턴대학의 제프리 딩 조교수는 “수출 규제가 결국 효과를 발휘해 미중 AI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GLM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앤스로픽 모델의 공백은 업계 내 불안감도 키우고 있다. 오픈라우터의 데이터 분석 담당 저스틴 서머빌은 “대형 조직들 사이에 일종의 불안감이 있다”며 “3주 뒤에 최상위 모델이 무엇이 될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는 미국 정부의 규제 방향이다. AI 오픈소스를 규제할 경우 중국산 모델이 글로벌 개발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역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워싱턴의 정책 선택이 앞으로의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딥시크 (사진=AFP)









